“많은 이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브레인스토밍 파트너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AI의 도움으로 지능을 끌어올린 것입니다.”
세계 ‘AI 분야 4대 구루’ 중 한 명인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2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꺼낸 얘기다. 그는 “기존 인간의 지능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기후 변화와 에너지 부족, 저출산 같은 인류가 당면한 과제의 새로운 해법이 보일 것”이라며 AI 기술 고도화로 ‘지능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응 교수는 AI 기술의 과실을 인류 전체가 누리기 위한 필수 요소로 △오픈소스 활성화 △규제 완화 △코딩 교육 대중화 등을 꼽았다.
응 교수는 챗GPT가 등장한 후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1인 1챗봇’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픈AI에 따르면 1주일에 1억 명이 챗GPT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AI가 개인 맞춤형 비서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AI가 분석해 권장하는 치료법에 의존하는 등 AI의 방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몰라보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공일반지능(AGI)에 대해선 아직은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AGI가 등장할 때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추기는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응 교수는 “인간은 10대에게 자동차 운전법을 가르치는 데 20시간이면 충분하다”며 “AGI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20시간의 학습으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인간보다 바둑을 잘 둔다고 해도 AGI와는 큰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응 교수는 이런 이유를 들며 “AI를 ‘킬러 로봇’ ‘핵무기’에 비유하는 것은 과도한 우려이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AI 규제에 나선 것에 대해 “혁신을 억누르고 반경쟁적인 규제를 시행하려고 한다”며 “핵심 기술을 규제하면 모든 것이 느려지고, 안전성도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AI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좋은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규제의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개발자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투명한 정보 공개의 중요성도 제시했다. ‘오픈소스’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AI 발전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AI 잠재력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응 교수는 “한국은 전자, 제조, 자동차, 조선,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강점이 있다”며 “산업 기반이 탄탄하고 훌륭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통해 정교하면서 효율적으로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사회적으로도 인구 감소를 되돌릴 방안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앤드루 응 교수는…
앤드루 응 미국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겸임교수는 인공지능(AI) 대표 기술인 딥러닝의 권위자다. 2012년 구글의 AI 연구조직인 구글브레인(현 구글딥마인드)을 설립했다. 이 조직은 1000만 개가 넘는 비디오에서 고양이를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수업(MOOC) 플랫폼인 코세라를 공동 설립했으며, 제조업의 AI 활용을 돕는 스타트업인 랜딩AI도 창업했다. 세계 최고 컴퓨터상인 튜링상을 공동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얀 르쿤 미국 뉴욕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와 함께 ‘AI 분야 4대 구루’로 꼽힌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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