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용객을 분산하는 효과가 없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김포까지 운항하겠다고 밝힌 수상교통체계(리버버스)는 지하철, 버스 등 육상교통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에는 수상버스를 운영할 ‘이크루즈’가 속한 이랜드그룹과 맺은 협약 내용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노선을 발표했다. 김포 인근 서울 개화동 아라한강갑문과 여의도를 잇는 광역 노선을 포함해 15분 간격으로 배 10척을 운항하기로 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조용히 9월 운항 지역을 바꿨다. “김포~여의도는 어렵고 여의도~잠실 등 구간에서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라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를 항행하는 리버버스 10대를 우선 투입하고 내년이나 후년부터 단계적으로 운항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계획보다 늦어지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서울시와 김포시가 서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핑퐁전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포시가 올해 예산안에 관련 사업비를 편성하지 않으면서 김포까지 리버버스 노선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포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단독으로 기획한 사업인 데다 수요가 낮을 것이라고 판단해 당장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서울시가 김포시 측에 요청한 주차장 조성, 버스 노선 조정, 주변 도로 재정비 관련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사업을 즉각 시행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 반면 서울시는 7곳에 선착장을 짓기 위해 208억원을 편성한 예산안을 시의회에서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오세훈 시장 1기 때부터 추진됐지만 번번이 리버버스 사업이 좌초된 이유는 효용 가치에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수도권 인구의 서울 출퇴근을 돕는다는 명분이 있어서다.
그러나 서울시가 너무 서두르기만 한 탓에 정작 협조를 구해야 할 다른 지자체와의 공감대 형성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시는 관련 용역이 끝나기도 전에 민간 사업자를 선정하고, 공사부터 계획했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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