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3일 괴한으로부터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옮겨진 것을 두고 "멍때리다가 모서리에 세게 찧어 피 나고 부었는데 헬기 태워주세요"라고 써 사실상 조롱했다. 일부 의료계와 극렬 보수 지지층에서 제기하는 '특혜 의혹' 등 주장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피부 상처 사진을 올리면서 이렇게 적었다. 그는 이어 "(상처 부위가) 1.5㎝보다 크다. 아이고 나 죽는다. 정맥 찢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전날에도 이 대표가 경정맥 손상이 의심된다는 보도를 공유하면서 "젓가락으로 찌른 거냐"고 썼다.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의 등산용 칼으로 확인됐다.
먼저 정씨가 옮긴 '이 대표가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은 의료계 일각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구급 헬기 이용? 왜? 일반인도 이렇게 '서울대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주느냐. 수용 가능함에도 환자 사정으로 전원 원하는 경우 119 헬기가 이용되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일반 시민도 앞으로 이렇게 119 헬기 이용할 수 있는 거냐"고 썼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도 페이스북에서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된 경우, 즉시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해야 했다"며 "하지만 환자는 오히려 위험에 빠질 수 있음에도 굳이 헬기까지 타고 서울대까지 가서 수술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대까지 헬기를 타고 간다면 중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증이 아닌데 헬기를 타고 간다면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씨가 두 번째로 옮긴 '이 대표가 젓가락에 찔렸다'는 주장도 이번 사건을 '자작극'이라 주장하는 극렬 보수 지지층들 사이에서 나온 내용이다. 구독자 85만명을 넘게 보유한 한 정치 콘텐츠 유튜버는 이 대표가 다친 날 올린 영상에서 "오른손에는 나무젓가락 같은 걸 들고 있었고, 왼손으로는 흉기를 들고 있었다. 나무젓가락으로 찌르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일부 네티즌들도 이런 주장에 적극적으로 편승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런 주장을 명백한 '2차 테러' 또는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등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 명백한 2차 테러"라며 "이 부분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책기구를 만들어 법적·정치적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이런저런 억측이 당내에서는 없길 바라고 우리 당원들은 현재 자제하고 있다"며 "우리 당에서는 이런저런 억측과 음모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오전 10시 27분께 부산 강서구 가덕도 신공항 부지 인근에서 질의응답 중 피습된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돼 2시간가량 혈관 재건술 등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회복 치료를 받다가 이날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 중이다.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5호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 앞에서 진행한 이 대표 치료 경과 브리핑에서 "당분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상태다. 일각에서 1cm 크기의 열상이라 보도했는데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환자(이 대표)에게선 피부를 지나 좌측 흉쇄유돌근, 즉 피하지방 및 근육층을 모두 관통해 내경정맥에 9mm 이상의 깊은 상처, 즉 자상이 확인됐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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