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지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급락하면서 주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앞에 놓여진 상황은 첩첩산중이다. 간판 걸그룹인 '블랙핑크' 멤버들 모두 개인 전속계약이 무산된 데다, 이들을 이을 신인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에서 핵심 한국인 멤버가 빠졌다. 증권가는 상승동력이 없다보니 주가가 언제 되살아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당분간은 사지말라"고 입을 모았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닥시장에서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3350원(6.58%) 급락한 4만7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회사가 블랙핑크 멤버들과 그룹 전속계약을 체결했단 소식에 기록한 급등분을 모두 토해낸 상태다.
4대 엔터주 중 나홀로 급락세를 연출한 것은 블랙핑크와 연관이 있다. 연말 연휴에 돌입하기 직전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멤버들 네 명 전원의 개인 전속 추가 계약은 진행하지 않기로 협의했다"고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멤버들은 앞으로 '그룹' 활동만 와이지엔터에서 하고 개별 활동은 각자의 소속사에서 이어간다는 의미다.
이미 멤버들 중 제니와 지수는 독자적 행보를 예고한 상태다. 작년 11월 제니는 'OA'(오드 아틀리에)라는 개인 레이블을 설립했다. 또 지수는 친오빠가 재직 중인 영유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비오맘'과 협력해 개인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는 블랙핑크 개별계약 무산으로 인한 여진이 당분간 투자심리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날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10만원에서 7만원으로 크게 깎았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투자의견으로 '매도'를 노골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때문에 시장에선 투자의견 '중립'이나 큰 폭의 목표주가 조정을 사실상의 '매도' 시그널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김 연구원은 "멤버들의 개인 전속계약이 무산된 만큼 매출 공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배수(멀티플) 조정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하며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원이 될 베이비 몬스터의 흥행 정도에 따라 주가 방향이 바뀔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수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선 블랙핑크에서 최소 한두 명은 재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마저도 아니어서 실망감이 반영됐다"며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 역시 이런 관측에서 낸 것이어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랙핑크가 떠난 이상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주가 향방은 트레저와 베이비몬스터가 결정하게 될 텐데 당장은 상승동력이 눈에 안 띈다"고 평가했다.
블랙핑크가 각자 둥지를 찾아 나선 가운데 걸그룹 베이비몬스터와 보이그룹 트레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특히 다음 달 1일 두 번째 신곡을 내놓는 신인 베이비몬스터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블랙핑크급 성과를 낼 만큼의 파급력을 가졌는지가 가장 큰 변수다. 일단 초기 팬덤은 약 6만명에 형성돼 선방했다고 평가된다. 데뷔 한 달 만에, 100만장 넘는 앨범을 판매한 르세라핌과 비슷한 수준에 올랐기 때문이다.
핵심 멤버의 부재도 여전한 변수다. 아현은 데뷔 전부터 '리틀 제니'라 불리며 인기몰이를 해 온 한국인 멤버여서, 시장은 그의 복귀 여부를 주가 동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아현의 제외 배경을 두고 잡읍이 많자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는 전일 공식 영상을 통해 "아현이 건강상 이유로 연습을 수개월 중단하는 일이 발생했다"며 "아현이 언제 돌아올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 추후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주주들도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블랙핑크 재계약을 두고 주가가 휘청였던 만큼 '불확실성 해소'를 기대했지만 악재가 끊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지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다. 종목토론 게시판에서 한 투자자는 "그룹활동 재계약 공시도 시기 다 지나서 올리고 연말 휴장 때 개인활동 재계약 불발 사실을 알렸다. 베이비몬스터 데뷔도 두 달이나 미뤘다"며 "이 정도면 주가 조작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투자자는 "7개월 전만 해도 9만7000원이던 주가가 블랙핑크만으로 반토막 아래로 밀려났으니 개미지옥이 따로 없다"며 "지드래곤도 블랙핑크도 없으면 돈은 누가 버나. 기둥이 두 개인데 두 개 다 뽑혔다"고 한탄했다.
지금을 매수 기회로 보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 투자자는 "8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물타서 내려왔는데도 더 타야한다니 이건 호러"라면서도 "악재를 정통으로 맞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다. 주가가 내릴수록 더 담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 투자자는 "곡소리 매매법(주가 급락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곡소리가 날 때를 매수 시기로 삼는 것) 지금인가"라며 매수 인증글을 올리기도 했다. 실제 전일 수급을 보면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117억원, 63억원어치 팔아치운 반면 개인 홀로 이들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엔터주 투자 시 신인 비중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것도 한 투자 지표가 될 수 있단 의견이 나온다. 간판그룹 재계약 이슈는 엔터주로선 필연적이지만 연차 높은 핵심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주가가 좌지우지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특정 아티스트의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회사는 재계약 시즌 전후로 주가가 요동치는 경향이 있다"며 "하이브와 에스엠 등 신인 비중도가 높은 회사가 이런 측면에서는 비교적 주가 방어가 가능해 보인다. 또 멤버와 그룹 등 재계약 관리조직을 촘촘하게 둔 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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