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퇴직 간부사원들이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로 손해를 입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회사가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만들어 근로조건에서 차별당했다고 주장한다. 소송 결과에 따라 전·현직 현대차 직원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대차 퇴직자 A씨 등 32명은 지난달 29일 회사를 상대로 임금피크제에 대해 인당 2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이들은 연·월차 수당에 대해서도 3000만원씩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같은 법원에 별도로 제기했다. 총 배상 청구액은 16억원에 달한다.
퇴직자들은 현대차의 '간부사원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만 근로자의 동의 없이 도입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취업규칙에 근거한 임금피크제가 실시되지 않았다면 받았을 임금의 차액을 배상금으로 요구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이 이 취업규칙을 두고 무효 취지의 판결을 내놓은 것이 이번 소송의 도화선이 됐다. 현대차는 규칙 제정 당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꾸는 경우 규정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간부사원의 89%의 동의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간부사원이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이 변경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제껏 대법원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아닌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 침해 여부를 가지고 이 사건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자 측이 승리할 경우 현대차는 줄소송 우려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 측을 대리하는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민사상 불법행위가 인정되면 소멸시효는 최대 10년까지 확장될 수 있다"며 "현대차에서 퇴직하거나 재직 중인 간부사원 인원수를 생각하면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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