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피의자의 당적을 둘러싸고 각종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표를 흉기로 찔러 체포된 김모(67) 씨가 과거 국민의힘 당적을 가졌다가 지금은 민주당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피습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루머부터 김 씨가 이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 '민주당에 위장 가입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다. 양당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음모론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3일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민주당 자체 조사 결과 민주당에 가입한 당원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김 씨가 민주당에 가입하기에 앞서 오랫동안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피의자 김 씨가 현재 민주당 당원인 것은 맞지만, 과거에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했다는 점을 들어 '위장 가입' 가능성을 의심한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러한 내용의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공유하기도 했다. 피습범의 당적이 국민의힘으로 밝혀질 경우, 여권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피습범 당적과 관련 "4년 전인 2020년 탈당한 동명 인물이 있으나 인적 사항은 분명치 않아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정당 가입 이력 등을 두고 양극단의 혐오 정치로 몰아가려는 불필요한 논쟁은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며 "마치 사실인 양 정치적으로 왜곡하여 국민의힘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것은 지양할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김씨가 '민주 당원'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이들은 이 대표 피습이 '자작극'이라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이들은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흉기가 아니라 뾰족한 나무젓가락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흘린 피가 진짜가 아니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를 퍼날랐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수사당국이 양당에 (당적 확인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양당의 협조를 받으면 수사당국에서 취합한 사실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신원 관련해 당이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등과 관련해 곤란한 부분이 있다"면서 "아직 수사당국에서 요청이 온 것이 아니며, (현재 의혹은) 일선 수사관 차원의 첩보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김 씨의 당적과 관련한 확인 절차에 착수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이날 김 씨의 충남 사무실과 자택은 물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압수수색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경찰이 피의자의 당적 확인에 대해 공식적인 확인 요청을 했다"며 "민주당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에 따라 임의제출 형식으로 피의자의 당적 여부를 확인해 줬다"고 전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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