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이 귀한 시대. 서점들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이색 컬래버에 나서고 있다. 서점은 오프라인 점포 임대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은 색다른 마케팅 무대를 확보할 수 있어 컬래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는 오는 3월 17일까지 약 석 달간 서울 강남점에서 BMW와 함께 BMW ‘라이브러리 노이어’(사진)를 연다. BMW 차세대 제품군인 노이어 클라쎄를 알리기 위한 일종의 팝업스토어(임시매장)다. BMW와 차세대 모빌리티 관련 전시, ‘새로움’에 대한 작가들의 인터뷰 내용 등을 소개한다. 이곳에서는 작년 말 여기어때와 협업한 ‘여행책방’이 마련되기도 했다. 여행 관련 책 속 문장과 여행 문구, 추천 도서를 석 달간 전시했다.
교보문고는 ‘책 파는 곳’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대대적으로 새 단장했다. 본점인 서울 광화문점에 약 1년 전 스타벅스 컬래버 매장을 입점시켰다. 월별로 주제를 정해 도서를 선별 전시하고 헤밍웨이 등 유명 작가의 작업 공간을 재현한 ‘작가의 책상’을 꾸몄다. 스타벅스가 서점과 협업한 형태의 매장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옆에는 미술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갤러리 ‘아트스페이스’를 조성했다.
영풍문고 역시 지난달 서울 종각종로본점에 테디베어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 서점도 가세했다. 예스24는 1월 한 달간 이마트24와 컬래버 이벤트를 이어간다.
서점들이 접점이 없던 기업과 손잡고 행사를 벌이는 건 서점가 불황 속에 독자들의 발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기 위한 고육책이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도서판매량은 전년 대비 4.5% 줄었다. 오프라인 판매 점유율도 38.2%로 전년(40.2%)보다 쪼그라들었다. 국내 주요 서점 4사의 2022년 기준 영업이익 합계는 약 1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 감소했다.
서점가 팝업스토어가 늘어나면서 책을 위한 공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서점 입장에서는 방문객을 끌고 재임대로 점포 임대료 부담을 줄여보려는 시도겠지만 그러다 보니 서점에서조차 책의 존재감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마련하기 위한 서점들의 컬래버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서점 체인 쓰타야 다카나베점은 인근 농업고와 협업해 서점 공간 일부를 학생들이 기른 야채, 꽃, 유제품 등을 판매하도록 재임대하고 있다. 음악회나 그림 그리기 강연 공간으로 빌려주기도 한다.
쓰타야를 운영 중인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의 시오하라 레이키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으로 뭐든 구할 수 있는 요즘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는 사람과 사람 간 접촉에 있다”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위한 신규 방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기업 도한은 아예 서점 자투리 공간 대여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가져가는 ‘북마크 스페이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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