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가 없는 인생은 너무 힘들다. 느낌표(!)가 없는 인생은 너무 삭막하다. 물음표(?)가 없는 인생은 너무 단조롭다.
빅토르 위고가 레 미제라블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낸 후 진행 사항이 궁금해 편지를 보냈다. 내용은 ‘?’ 달랑 한 글자였다. 곧이어 출판사에서 온 답장 역시 달랑 ‘!’ 한 글자뿐이었다. 물음표(?)는 말 그대로 진행이 어떻게 되는가를 물었던 것이고, 출판사는 위트 있게도 "내용이 좋아 출판했으며, 잘 팔리고 있다!" 는 뜻으로 느낌표(!) 하나만을 써서 답장했다고 한다. 문장부호로서의 쉼표, 느낌표, 물음표가 우리 노후를 조금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쉼표가 없는 문장은 읽기가 힘들고, 쉼표가 없는 악보는 노래하기가 어렵다. 느낌표가 없는 문장은 읽기가 무미건조하고, 물음표가 없는 문장도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니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쉼표와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가 가득한 노후를 즐겨보자.
적당한 시기에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번아웃(burn out)증후군’이 찾아온다. 더 심해지면 ‘우울증’으로 변하거나, ‘청장년급사증후군’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차량의 방향을 전환할 때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멈췄다가 출발하듯 인생에서도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쉬어야 할 때가 있다. 인생의 쉼표는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고, 진지하게 삶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을 선택하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5도2촌에서 완전한 시골살이로 바꾸게 된 것은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하면서 잠도 거의 안자고 무리하게 작업을 하는 바람에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약 3개월간 참고문헌을 수집하고, 300여 쪽의 박사논문을 쓰느라 하루 2~3시간만 자는 강행군을 했다. 덕분에 박사 논문은 무난히 통과됐는데, 박사학위를 받고 긴장이 풀리자 몸에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진찰을 받아보니 신장기능이 많이 나빠져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투석까지 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다. 원인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추정해보면 잠을 적게 잔 것이 원인이 돼 혈압이 높아졌는데, 이를 모르고 치료를 하지 않아 결국 신장이 망가지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투석을 하게 되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고, 더 악화돼 신장이식을 받아야 된다면 인생 최대의 위기가 펼쳐지는 것이다.
식단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에서 잘 먹고 잘 싸고 잘 놀고 잘 자는 생활을 하게 됐다. 그 덕분인지 다행히 건강이 좋아져 최근의 건강검진 결과는 신장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직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하는 것만 빼고는 몸 상태가 아주 좋아졌다. 만약 그 당시 욕심을 내 업무를 무리하게 계속했더라면 아마도 최악의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문장이나 악보에 쉼표가 있듯이 인생에서도 적당한 시기에 쉼표를 찍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일하다보면 쉼표가 아닌 인생의 마침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쉼표를 찍어야 할 때 마침표를 찍는 바보 같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오늘이라도 세상살이의 욕심을 내려놓고 자신만의 쉼표를 찍어보자.
느낌표는 삭막한 삶에 힘을 주는 인생의 활력소가 된다. 느낌표 하나만으로도 감성적이고 긍정적인 기분이 든다. 느낌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는 게 신나거나 감동적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젊은이들이 어떤 얘기를 할 때 ‘그랬구나! 그랬어! 멋진 생각이야! 참 좋다! 멋지다!’라는 감탄사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한결 분위기가 좋아지지 않을까. 자신에게도 ‘그래, 잘 살고 있어! 잘 하고 있어! 멋져!’ 등 스스로에게 감동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도 참 좋다. 스스로에게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면 자신의 인생도 꽤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
물음표는 세상살이를 좀 더 편하게 해준다. 모르는 게 있으면 주저 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구에겐가 질문을 하면 어떤 해답이든 들을 수 있다. 나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필자는 KTX를 이용해 서울 나들이를 많이 하는 편이다. 65세가 넘었기 때문에 경로 할인이 가능함에도 스마트폰 앱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할인 요금이 아닌 정상 요금을 주고 다녔다. 기차역에서 직원에게 물어보면 될 일인데도 괜히 쑥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역무실에 들어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마침 기차 시간보다 일찍 역에 도착한 날이 있어 직원에게 물었다. 직원은 아주 간단하게 스마트폰의 앱을 조작하는 방법을 알려줬고, 그 후로는 30%가 할인된 요금으로 KTX를 타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잘 모르면 잘 아는 사람이나 전문가에게 질문하면 쉽게 해결된 일도 우리는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낯가림으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질문하고 또 질문하자. 그러면 세상이 참 쉬워진다.
이어령 교수는 ‘왜?’ ‘어떻게?’ 라는 물음표가 있어야 ‘아!’ 하고 무릎을 탁 치는 느낌표가 생기고,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물음표의 씨앗을 뿌리고, 느낌표의 꽃이 피는 삶을 살아가자. 그리고 가끔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면서 쉼표도 찾아보자.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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