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4000억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았던 프롭테크 기업 '어반베이스'가 존폐기로에 섰습니다. 신규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합니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잇따른 구조조정 소식을 접하면서 느꼈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금리인상과 경기불황으로 국내외 벤처투자가 위축되면서 프롭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역시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집계한 투자유치 총액은 54건, 1401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2022년 1조2040억원의 11.6%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한화투자증권에 의하면 2023년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잠정)은 3296억달러(약 433조원)로 2022년보다 41.3% 줄었습니다. 가장 투자가 많았던 2021년 8743억달러의 37.7% 정도인 겁니다. 국내 투자금액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023년 11조4000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하면 36.7% 감소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제 아무리 줄었다고 하더라도 프롭테크 산업에 비하면 선방한 셈입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유독 프롭테크 산업은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듯합니다. 투자유치 금액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건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생존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반베이스의 사례는 프롭테크의 어려움이 시작된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 프롭테크 시장은 정부의 공공데이터 개방을 발판삼아 2018년부터 큰 폭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시장규모, 기업 수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2분기 이후 급격히 위축된 투자 시장과 부동산 경기 불황이 겹치면서 사업성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국내 시장의 어려움으로 프롭테크 기업의 30% 이상이 해외시장에 진출을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긍정적인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12월 전체 벤처투자는 174건으로 나타나 11월과 비슷했고 1~10월 평균보다 40% 가량 늘어났습니다. 리셀 플랫폼 '크림'이 기업가치 1조206억원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에이피알 이후 반년만에 유니콘 기업도 나왔습니다.
프롭테크 또한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 유치와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지난 12월에도 로카101, 서울프라퍼티인사이트, 한국공간데이터가 투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펫에어비앤비로 알려진 반려견 공간대여서비스 기업 '얼롱'이 LG유플러스에 인수됐습니다. 얼롱은 LG유플러스 사내 벤처로 분사한 회사인데 다시 LG로 인수되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2024년, 올해에도 투자 빙하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는 더욱 강화될 겁니다. VC(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집행하지 않은 자금을 많이 보유한 VC들이 금리인하 등 경제여건 회복으로 다시 투자에 나선다면 좋은 기회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 산업은 상대적으로 경기에 좌우되는 경향이 큽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과 함께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새롭게 맞이한 새해에 모든 프롭테크 기업들의 성공을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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