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서비스 종료 시 이미 사용한 아이템이라도 일정 기간 이내에 구매액을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게임사들이 짧은 기간 유료 확률형 아이템을 집중 판매한 뒤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해버리는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 개정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게임 내 아이템 상품 환불은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에 근거해 각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의 단순 변심에 따른 청약철회(환불)는 구매 후 7일 이내에 가능하다. 다만 구매 후 즉시 사용되거나 개봉행위 등이 있었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상품이 게임사가 안내한 광고와 다르거나 계약 내용과 어긋나는 등 게임사에 귀책 사유가 있다면 이미 사용한 경우라도 30일까지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상품을 구매한 뒤 30일이 지나고 게임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됐다면 환불이나 보상을 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더구나 모바일게임에서 대세로 자리 잡은 ‘뽑기’식의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는 구매·사용 후 바로 소멸되는 특성 때문에 서비스 종료 후 환불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
확률형 아이템은 그동안 사행성 조장과 확률 조작 가능성 등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게임 이용자들은 확률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함께 환불 등 보상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표준약관에 서비스 종료 시 환불과 관련한 별도의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사용한지 30일이 경과한 아이템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이내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간을 언제까지로 할 지는 관계부처에서 논의 중이다.
표준약관 개정에는 “정보 비대칭으로 비롯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공정한 게임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확률 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에 의한 폐단을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며 관계부처에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지난 2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다음날인 3일 공정위는 넥슨에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조작 관련 역대 최고인 11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확률형 아이템 등 게이머들의 불만 여론을 매우 민감하게 살피고 있다”며 “앞으로도 공론화되는 문제들에 대해 조속히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약관 개정이 제대로 된 보상 절차 없이 갑자기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는 일부 중국계 게임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2년 홍콩 게임사인 디밍게임즈는 모바일게임 배틀삼국지의 한국 서비스를 출시 1년 만에 종료했다. 이로 인해 쓸 수 없게 된 유료 아이템에 대해선 환불 안내를 하지 않았다.
2020년 중국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도 환불 안내 없이 한국에서 철수하려 했다가 빈축을 샀다. 중국 유주게임즈는 2019년 리그오브엔젤스, 2021년 삼국지혼의 국내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먹튀 논란’을 낳았다.
오형주/이주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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