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이송과 관련해 의료계 안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대병원이 서울대병원 발표 내용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이 대표의 서울 이송에 대해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은 일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부산대병원 "우리가 수술하려 했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요청을 한 것이 아니라, 이 대표의 가족과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전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찾은 외상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간 사례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앞서 이 대표의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오전 치료경과 브리핑에서 "목정맥이나 동맥혈관 재건술은 난도가 높고 수술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 경험 많은 의사의 수술이 필요했다"며 "부산대병원 요청을 받아들여 수술을 준비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는 17명 가량의 의료진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기 때문에, 언제든지 응급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당직 의료진이 없을 경우가 아니라면 병원 측에서 먼저 전원 요청을 하는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 물리적으로 (이 대표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부산대병원은 나라에서 지정한 권역외상센터로, 최종적으로 (치료를 받는) 의료기관"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 피습 당일 부산대병원 응급외상센터는 CT촬영을 진행해 이 대표의 경정맥이 손상된 것을 확인,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다.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이 대표 가족에게 의향을 물었으나, 이 대표 가족들과 민주당 관계자들은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에 당시 부산대병원 일부 의료진은 이송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응급수술이 필요했고, 이송 중 위급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한 탓이다.
김영대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결국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전원을 결정했다고 한다. 다만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 가족들이 수술을 서울대병원에서 받겠다고 결정했고, 헬기로 이동하기 위험할 정도로 위중하지는 않지만, 당장 상처를 치료하는 응급 수술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 대표의 서울 이송이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부산시의사회 "野, 숨겨두었던 선민의식"
부산 의료계는 이번 전원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의사회는 민주당이 지역 시민과 의료인들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부산시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의료계를 무시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짓밟아 버린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한다"고 비판했다.부산시의사회는 "환자의 상태가 아주 위중했다면 당연히 지역 상급종합병원인 부산대병원에서 수술받아야 했고, 그렇지 않았다면 헬기가 아닌 일반 운송편으로 연고지 종합병원으로 전원해야 했다"며 "이것이 국가 외상 응급의료 체계이며, 전 국민이 준수해야 할 의료전달체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청래 최고위원은 '잘하는 병원에서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면서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응급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는 것은 그 시간대에 헬기 이송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사용 기회를 강탈한 것"이라며 "과연 대한민국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하여 지역에서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단 말인가. 숨겨두었던 선민의식이 베어져 나온 국민 기만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