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하는 가운데 홀로 불기둥을 뿜고 있는 종목이 있다. 바로 소룩스다. 무상증자 효과에 힘입어 상승 랠리에 올라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무상증자만으로 회사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기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소룩스는 개장 직후 상한가로 직행했다. 무상증자 권리락일인 지난달 26일 이후 전날까지 소룩스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내달렸다. 주가가 급등하며 지난 3일 거래가 정지됐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현재 주가는 권리락 기준가(1833원)에 비해 4배 이상 높다.
지난달 소룩스는 보통주 1주당 14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이에 발행주식수는 기존 976만6050주에서 1억4649만750주로 대폭 증가하게 된다. 신주의 상장예정일은 이달 26일이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5월 치매치료제 개발 기업인 아리바이오에 인수된 후 급등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무상증자는 회사가 보유한 여윳돈(자본잉여금)으로 신주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발행된 신주는 회사 자본금이 되기 때문에 기업 가치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윳돈을 재원으로 주식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주식배당과 비슷하지만, 절차적인 측면에서는 다르다. 주식배당은 주주총회의 보통 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무상증자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바로 추진할 수 있다.
아울러 무상증자는 시가총액이 고정된 상태에서 주식 수를 늘리는 만큼, 권리락 발생일에 인위적으로 주가를 내린다. 이에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 매수세가 몰려 소룩스의 사례처럼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또 회사 재무구조가 탄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특징도 있다.
다만 무상증자를 한 모든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일 권리락일 이후 티이엠씨의 주가는 전날까지 10.5% 하락했다. 앞서 이 기업은 보통주 1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100% 무상증자를 결정했다. 티이엠씨 외에도 최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펨트론, 오상자이엘의 주가도 기준가를 밑돌고 있다.
권리락 효과가 꺼진 후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는 사례도 있다. 2022년 800% 무상증자를 결정한 노터스(현 HLB바이오스텝)는 무상증자 권리락 후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하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주가는 꾸준히 내려가며 권리락 발생 한 달도 안 돼 상승분을 모두 토해냈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 재료만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와 달리 무상증자는 외부 자본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며 "무상증자 가능성이나 결정 공시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상증자 결정 공시 직후와 권리락일, 주가와 회전거래율은 대폭 증가했지만, 단기적인 현상에 그쳐 의미 있는 주주환원 효과를 관측할 순 없었다"며 "상당수 무상증자는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해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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