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서울 한복판, 다리와 백화점이 무너졌다

입력 2024-01-05 17:53   수정 2024-01-06 01:21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30분께. 출근길 서울 성수대교의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민 32명이 죽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부는 1994년을 ‘부실 공사 추방 원년의 해’로 지정하고, 다시는 건물 붕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삼풍백화점이 내려앉았다. 이번엔 무려 502명이 사망했다.

역사 연구자 강부원 저자의 신간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은 이처럼 현대사에 변곡점을 만들어낸 사건을 선별해 소개한 책이다. 40가지 사건 가운데는 경기중학교 입시 과정에서 발생한 무즙 파동(1964년)도 담겼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항에 ‘무즙’이라고 답한 학생들이 오답 처리된 게 문제였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직접 만든 엿을 들고 항의했다. 그 엿을 들고 시험 관계자들에게 외쳤다. “엿 먹어라.”

정치적으로 편향된 책의 서술 방식이 아쉬움을 남긴다. 저자는 표면적으로 6·25 전쟁 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를 공평한 잣대로 비춘다고 말하지만 실제 본문 대부분은 특정 세대에 대한 치우침이 드러난다. 저자는 연예인 대마초 파동(1975년)을 두고 “국민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와 ‘해방’을 경험케 하지 못하려는 독재 정권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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