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륙지방의 폭설과 흐린 날씨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파에 취약한 깻잎은 한 주 사이에 120% 넘게 가격이 급등하면서 삼겹살값을 넘보고 있다. “이러다가는 깻잎을 삼겹살에 싸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겨울철 농가의 하우스 난방비 부담에 더해 한파까지 겹치면서 농작물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외식 수요 늘어난 영향도
5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상추와 깻잎 가격이 전주 대비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상추는 126.7% 상승한 ㎏당 5310원에, 깻잎은 121.9% 오른 ㎏당 1만8672원에 거래됐다. 깻잎은 삼겹살 도매가격을 웃돌 정도다. 한국 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최근 냉장 삼겹살의 공장출고 가격은 ㎏당 1만6000~1만7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상추 깻잎 등 잎채소 가격 폭등은 내륙지방을 덮친 폭설과 한파의 영향이 지속된 탓이다. 한 대형마트 채소담당 바이어는 “엽채류는 잎이 얇아 한파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데, 갑자기 찾아온 한파로 성장이 늦어지고 냉해 피해도 발생해 물량 출하가 줄었다”며 “작황이 좋지 않은 만큼 당분간 시세가 강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급은 줄었는데 수요는 되레 늘어 가격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연말연시 모임 등이 이어지며 외식 자리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오이 가격도 올랐다. 전주보다 54.9% 상승한 ㎏당 5869원에 거래됐다. 오이 주산지는 경북 상주와 전남 고흥 등인데, 최근 내륙지방에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좋지 않았던 탓에 가격이 상승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출하가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가격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난방비 부담에 생산비 늘어
수년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에너지 가격도 겨울 하우스 재배 작물의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날씨 요인과 별개로 하우스 난방에 드는 비용이 증가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지난 2~3년간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겨울 하우스 재배에 들어가는 난방비 부담이 가중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평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부담이 크다”며 “한파가 또 찾아오면 난방비 지출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농산물 가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배추는 가격이 하락했다. ㎏당 가격은 500원으로, 전주보다 39.2% 떨어졌다. 양배추 주산지는 제주도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에 내린 폭설의 영향으로 내륙에 물량을 보내기 어려웠다. 이번 주 들어 그 영향에서 벗어나면서 물동량이 늘었다. 배추는 17.5% 떨어진 ㎏당 541원에 거래됐다. 김장철 대목이 지나가면서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