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오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하면 양안 갈등이 고조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라이 후보는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 커원저 민중당 후보와 비교해 친미·독립 성향으로 분류된다. 지난달 30일 TV 토론회에서는 “대만 주권과 독립은 2300만 대만인의 것”이라고 했다. 부총통 후보로는 미국통인 샤오메이친 전 주미대만대표부 대표를 임명했다. 반도체 등 전 분야에서 미국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현 정부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 석학들은 민진당이 재집권하면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거나 침공하는 등 공세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이 미·중 반도체 전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TSMC를 무력화하거나 핵심 설비를 탈취한다는 것이다. 자레드 맥키니 미국 공군대 교수는 닛케이아시아 기고문에서 TSMC는 현상을 유지하거나, 대만을 침공한 중국에 빼앗기거나, 중국 탈취를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파괴당하는 세 가지 운명 중 하나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우 후보가 당선되면 양안 간 긴장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산운용사 에드먼드드로스차일드의 시아동바오 펀드매니저는 “국민당 지지율이 오르면 중국과의 갈등 위험이 줄어든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대만의 반도체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기업들도 공급망을 대만 외부로 다각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지지율 3위인 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TSMC로서는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커 후보가 대만 경제 불평등 원인의 하나로 TSMC를 꼽았기 때문이다. 그는 TSMC로 인해 “대만이 네덜란드병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병은 한 분야의 호황이 다른 분야 발전을 방해하는 현상을 말한다. 커 후보는 “기술 부문과 나머지 경제 부문 사이의 투자와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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