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분야는 교육과 연구로 나눌 수 있는데, 교육 담당 교수는 점점 줄고 입문하려는 의대 졸업생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은 신약, 신의료기기, 신의료기술 등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왜 그럴까? 기술 개발에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인력은 의사 출신 과학기술자, 의사과학자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의 37%가 의사과학자다. 세계 10대 제약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 중 7명을 의사과학자가 차지한다. 코로나19 백신 개발도 이들이 주도했다.
한국은 20여 년 전부터 의사과학자를 배출해왔다. 매년 30여 명의 의사과학자가 나오지만 이는 의대 전체 정원의 1%에 불과하다. 미국은 1950년부터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시작해 매년 1500명을 배출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을 국가 바이오산업 발전의 중점 과제로 채택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의사과학자를 지원하는 의대생은 졸업 후 병역특례 요원으로 전일제 박사학위과정을 밟는다. 그러나 특정 과의 병역 수요에 따라 의무사관(군의관)으로 입대하면서 학위 입문을 못 해 6~10년간 준비하던 의사과학자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의사과학자 상당수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과중한 진료 업무에 시간을 뺏겨 연구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당장의 진료로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도 힘들다. 또 기초·중개 실험연구를 위한 연구비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 기금(NIH RO1)은 최소 3년간 기초실험실 운영이 가능한 규모로 지원된다. 연구비는 의사과학자의 정착을 지원하는 중요한 제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버드대 의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HST(Health Science & Technolog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의학 교육은 하버드대 의대에서, 과학기술은 MIT에서 맡는 협업 방식이다. 우리 역시 세계적인 의대와 병원이 있다. 이들이 전문과학기술대학(원)과 협력하면 효율적인 의사과학자 양성이 가능하다.
정부의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이 실효성을 갖고 정착되길 기대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의사과학자들이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거나 세계적인 제약회사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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