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면서 찬 바람이 얼굴에 닿을 때 유난히 치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는 치주질환이 아닌 '삼차신경통' 증상으로 삼차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6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얼굴 부위에 분포하는 제5 뇌신경은 감각 신경의 뿌리가 세 개의 갈래로 나뉘어져 ‘삼차신경’이라고도 불린다. 이 삼차신경이 동맥, 정맥 등 주변 혈관에 의해 압박을 받게 되면 삼차신경통이 발생한다.
주로 얼굴 우측 부위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으며 감각신경이 차가운 자극을 감지하고 과민 반응을 일으키는 겨울철에 발병 빈도가 늘어난다.
통증은 수초에서 수 분간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환자들은 흔히 '얼굴이 칼에 베이는 듯하다', '얼굴이 감전된 듯하다', '출산의 고통과 맞먹는다' 등 참기 힘든 통증으로 표현한다. 이 질환은 국내에서 매년 인구 10만 명당 4∼5명꼴로 발생하는데 중년층과 여성에서 발생률이 높은 편이다.
삼차신경통이 발생하면 예기치 못한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쉽다.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일정치 않은 양상의 통증을 겪기도 한다. 또 자연히 완치되는 경우가 드물고 통증이 사라져도 원인 질환이 남아있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빠른 진단과 적절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만약 삼차신경통이 의심된다면 뇌혈관과 뇌신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뇌 MRA(뇌혈관 자기공명영상) 검사로 신경에 대한 혈관 압박 여부와 종양이나 혈관 기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
윤강준 강남베드로병원 대표원장은 "삼차신경통의 원인 자체가 신경의 이상은 아니지만 압박받는 과정이 계속되면 신경 손상이 일어날 위험이 높아 정밀한 진단 및 초기 치료의 중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차신경통은 일차적으로 진통제와 항경련제 등 약물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가 권고된다. 다만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재발이 잦고, 장기간의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수술요법인 '미세혈관감압술'을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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