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로 드러난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은 세로토닌, 도파민, 노어에피네프린 등이 있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에 관여하고, 도파민은 동기 부여와 보상, 노어에피네프린은 맹수 같은 위협에 반응하는 회피-싸움 반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 묘사된 것처럼 인간은 여러 경험이나 사건, 정보에 의해 감정 주인공들이 위축되거나 강화되는 현상을 보인다.
다른 방식으로 얘기하면 인간은 다른 경험, 사건 혹은 정보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전달 물질이 다르게 분비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사건이나 정보에 왜 사람마다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걸까?
인간의 뇌는 세 살이 되면 뉴런이라는 신경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식의 컴퓨터 회로가 거의 다 형성된다. 그래서 ‘세 살 버릇이 여든을 간다’는 속담처럼 이미 만들어진 회로에 의해 감정이나 대응 양식이 나타난다. 더군다나 이런 회로 반응은 너무 빨라서 생각을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 감정 반응이 발현된다.
뇌에선 매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혼합된 칵테일을 만드는데, 교육받고 성장한 뒤에는 각자 자신만의 색을 지닌 칵테일을 공식처럼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1분만 자신을 들여다보면 주마등처럼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 신경전달 물질이 다양한 칵테일 재료처럼 현란하게 분비되고 섞인 결과다. 어려운 입시에 성공하거나 승진하면 소식을 듣는 즉시 기쁨으로 가득 찬 칵테일이 됐다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걱정과 부담으로 불안한 마음이 섞인 칵테일로 변한다.
꼭 사건이 없더라도 잠시 누군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 사랑이 그득한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보면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얼마나 찰나적인지 알 수 있다. 칵테일 혼합 방식을 바꾸는 법도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좀 더 달콤하고 행복한 자신만의 칵테일을 만들려면 자기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나는 어떤 생각과 자극이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이끄는지, 또는 슬픔과 두려움을 일으키는지 알아야만 자신의 칵테일을 바꿀 수 있다. 새해에는 나만의 칵테일을 만들어보자.
조정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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