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가 ‘신 시티’(sin city·범죄도시)란 건 옛말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주인공은 CES, 스피어, 슈퍼볼, F1(포뮬러1) 같은 세계 최고 박람회와 문화시설, 스포츠 행사예요. 이렇게 도시 전체가 ‘매력덩어리’인데, 어떻게 사람들이 안 찾아오겠습니까?”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탑승한 승차공유 서비스 리프트 기사에게 “요즘 손님이 많냐”고 말을 붙였더니, 이런 답을 들려줬다. 10년 전 덴버에서 이사 왔다는 그는 “라스베이거스는 깜빡 졸면 길을 잃을 정도로 빠르게 바뀐다”며 “‘365일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란 게 괜한 말이 아니다”고 했다.
올해 CES에 역대 최대 관람객이 찾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이후 처음 열리는 CES란 게 첫 번째 이유다. 새해의 시작을 ‘기술·서비스 혁신 현장에서 받은 영감’으로 맞이하려는 전 세계 기업이 코로나19 종료와 함께 올해 총출동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이제 현실이 된 인공지능(AI)을 각자의 사업에 어떻게 접목할지 가늠하기 위해서란 보다 현실적인 이유다. 현지에서 만난 국내 중견기업 관계자는 “CES 현장에서 만난 국내외 AI 기업과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출장의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CES 행사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는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역대 최대 규모인 4000개 기업의 부스를 차리느라 사람들과 짐으로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LVCC 센트럴 홀 앞에 자리 잡은 푸드트럭 킹스소시지의 직원은 “지난 몇 년간 같은 자리에서 소시지를 팔았는데, CES 부스를 공사하는 사람도 올해가 예년보다 월등히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12일 문을 닫는 CES의 바통은 스포츠가 잇는다. 다음달 11일 이곳에선 미국에서만 1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이 열린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렇게 또 다른 30만 명을 손님으로 받는다. 앞서 라스베이거스는 작년 11월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경주인 ‘F1 그랑프리’도 개최했다. 대회가 열린 3일간 30만 명을 끌어들이는 ‘흥행 잭팟’을 터뜨렸다. 이것만으로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를 벌어들였다.
라스베이거스의 다음 스포츠 프로젝트는 야구다. 미국 메이저리그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내년 말 라스베이거스로 불러들이기로 한 것. 이를 위해 2027년까지 도심에 개폐형 지붕을 갖춘 새 구장을 짓기로 했다.
라스베이거스관광청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방문객은 3880만 명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박도시’란 오명을 벗기 위해 박람회와 문화·스포츠 이벤트 유치에 힘을 쏟은 라스베이거스 정부의 전략과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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