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차이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지난 5일 “중즈그룹의 자산 규모는 부채 대비 부족하고 만기가 도래한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분명히 없다”며 이 회사가 낸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중즈그룹은 지난해 말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자사가 총 4600억위안(약 84조5000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총자산은 2000억위안(약 36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이 회사는 중국 공안 당국으로부터 수사까지 받고 있었다. 베이징 경찰은 작년 11월 중즈그룹 자산운용 부문이 364억달러(약 48조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힌 뒤 며칠 만에 공식 조사를 개시했다.
중즈그룹의 관리 자산 규모는 한때 1400억달러(약 184조원)를 넘는 수준이었다. 중국 그림자 금융의 대명사로 불리며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 그러나 3년 전 헝다그룹(에버그란데) 사태에서 시작된 건설업계 유동성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빠른 속도로 부실해졌다. 작년 8월 중룽신탁 등 자산관리 부문 자회사들이 고객에게 투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며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중즈그룹 파산으로 중국 부동산 위기가 신탁업계로 옮아가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림자 금융으로 불리는 신탁산업은 은행에 준하는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대체 자금원으로 선호해왔다. 중국의 신탁시장 규모는 프랑스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인 2조9000억달러(약 3816조원)에 달한다.
중즈그룹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상당 부분 날릴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투자금 75% 이상이 증발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다만 채권자 대부분이 금융회사가 아니라 개인이라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