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기업들이 같은 업종의 주요 기업보다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의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 머스크 CEO의 철학이 그대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에선 새롭고 다양한 학문적인 연구 시도가 돋보였다. 이 가운데 원격근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원격근무의 비중을 정확하게 산출할수록 △경제 정책의 방향 △기업의 인적자원에 대한 전략 수립 등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세션 가운데 런던 정경대와 미국 시카고대학,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등의 연구팀이 참여한 ‘직무, 회사, 공간에 아우르는 원격 근무’ 주제 발표에선 업종별 주요 기업의 재택근무 비중을 내놨다. 항공업종에선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50% 이상인 반면 스페이스X는 1% 이하로 나타났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5개국에서 2019년부터 2023년 초까지 신입사원이 주당 1일 이상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한 2억 5000만 건 이상의 채용 공고를 조사한 결과다.
2022년 기준으로 자동차 업종에선 혼다가 40% 이상으로 가장 높았고 제너럴모터스(GM)가 24%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포드는 10%에 머물렀다. 반면 테슬라 또한 스페이스X와 마찬가지로 1% 미만의 비율을 보였다. 머스크 CEO는 한 인터뷰에서 “테크 기업의 서비스를 받을 때는 직원과 직접 만나길 선호하면서 재택근무를 하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 옛 트위터 CEO로 처음 출근했을 땐 재택근무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원격근무를 포함한 채용 공고의 비율은 같은 기간 미국에서 3배 이상,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에서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개 국가 가운데 원격근무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영국이었다. 2023년 9월 기준 영국은 15.92%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호주는 13.34%, 캐나다는 12.73%였다. 미국은 11.26%, 뉴질랜드는 9.74%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미국 주요 도시 가운데선 빅테크 기업이 많은 샌프란시스코가 25.78%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원격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피스 공실률 또한 덩달아 올라갔다. 이에 따라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2023년 연간 기준으로 업종 가운데선 금융 및 보험업종에서 원격근무 채용공고 비중이 25.1%로 가장 많았다. 전문과학 직종이 23%로 뒤를 이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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