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입랜스·키스칼리 내성 유방암 'PEG10' 유전자 탓"

입력 2024-01-08 11:15   수정 2024-01-08 11:17



국내 연구진이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활발히 사용되는 CDK 4·6 억제제 내성 원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내성 환자 치료 효과를 높이는 병용 치료법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은 문용화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이 전이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CDK 4·6 억제' 치료제 내성과 연관된 특정 유전자(PEG10)를 발견했다고 8일 밝혔다.

PEG10 RNA 치료제와 CDK 4·6 억제제를 함께 투여했더니 종양 크기가 감소한다는 것도 입증했다.

유방암 환자의 70%를 차지하는 호르몬(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유방암은 호르몬 차단제를 복용하면 완치 가능하다. 하지만 재발하거나 원격 전이된 환자에게 약물 내성이 생기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다.

전이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활용되는 CDK4·6 억제제는 미국 화이자의 입랜스, 스위스 노바티스의 키스칼리, 미국 일라이릴리의 버제니오 등이다. 이들은 2~3년 안에 상당수 환자에게 내성이 생겨 치료를 이어가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문 교수팀은 CDK4·6 억제제로 치료해 내성이 생긴 암 환자의 세포와 내성이 생기지 않은 환자 세포를 mRNA 마이크로어레이로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내성이 생긴 암 세포주에선 PEG10 유전자의 발현이 현저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PEG10이 CDK4·6 억제제 내성 유전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후 입랜스에 내성을 보이는 전이성 유방암 동물모델을 만들어 PEG10 RNA 치료제와 입랜스를 투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입랜스를 단독 투여할 땐 종양 크기가 계속 커졌지만 PEG10 RNA 치료제를 단독 투여할 땐 종양 크기가 76%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PEG10 RNA 치료제와 입랜스를 병용 투여했더니 종양크기가 85% 줄었다.

문 교수는 "PEG10 RNA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투여되기 위해선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세계적으로 CDK 4·6 억제제 내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성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새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문 교수는 지난해 4월 세계 유방암 전문가가 모이는 글로벌 유방암 컨퍼런스(GBCC)에서 CDK 4·6 억제제 내성 극복 방안 강연을 맡는 등 국내외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 임상암 연구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and Clinical Cancer Research)'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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