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8일 16: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추가 자구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채권단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태영그룹 자구안에 채권단이 동의할지 주목된다. 태영건설 채권자마다 상황이 달라 선순위나 우량 담보물을 가진 채권자의 동의가 워크아웃 개시의 남은 관건으로 꼽힌다.
8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11일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을 시작하려면 채권액 기준 75%의 동의율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은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확정된다.
태영건설 채권액은 5조~7조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산업은행은 2000억원대 채권액을 보유해 3~4%의 의결권을 획득할 전망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건설 채무로 총 16조3000억원으로 밝혔으나 이는 이중·삼중으로 중복된 값으로 추정된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우발채무로 2조5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꺼져가던 태영건설 워크아웃 불씨는 되살아나고 있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약속하고 티와이홀딩스의 연대채무 해소에 사용해 논란을 빚었던 890억원을 이날 오전 납부하면서 워크아웃 결렬 위기를 넘겼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의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앞으로 남은 워크아웃 변수는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에서 선순위 담보권자와 우량 담보를 보유한 금융회사를 설득시킬 수 있을지 여부로 꼽힌다. 이번 워크아웃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3%대로 높지 않다는 특수성을 지닌다.
게다가 선순위 담보권자나 담보가 확실한 금융회사는 굳이 워크아웃 필요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 보험사 등 선순위 채권자는 경·공매로 넘겨도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 담보물이 확실한 경우에도 법정관리가 나은 선택지일 수 있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하나증권과 KB증권이 본사 사옥을 담보로 대출한 1900억원이 대표적이다. 여의도 본사 사옥은 약 2600억원 수준의 가치로 알려졌다. 매각 후 언제든 원금과 이자를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법정관리로 갔을 때 더 빠르게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이후의 협상 때마다 채권자별로 셈법이 달라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채권단은 적잖은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 결의를 거쳐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와 기업 개선 계획 작성을 시작한다. 이후 4월11일 제2차 채권자협의회를 결의하게 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권자 중 일부는 빨리 담보물을 처분하고 자금을 회수하고 싶을 것”이라며 “법원 관리 하에 움직이게 되면 좀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 워크아웃에 반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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