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레저업계에 ‘자체 제작 캐릭터’ 바람이 불고 있다. 캐릭터 굿즈가 새 수익원 역할을 하는 데다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말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무무씨네 편의점’이란 콘셉트로 꾸민 부스에는 4만 명이 넘게 찾았다. 페어에 참여한 1000여 개 부스 중 ‘매출 톱3’에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GS25에서 파는 샌드위치·과일 포장지에도 무무씨가 등장했다. GS리테일은 무무씨를 자체 브랜드(PB) ‘유어스’와 해외사업에 활용하고, ‘무무씨와 친구들’이란 콘셉트로 다른 캐릭터도 내놓을 계획이다. CU와 세븐일레븐도 각각 캥거루 캐릭터 ‘케이루’와 북극곰 ‘브니’를 개발해 PB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해 원숭이 캐릭터 ‘원둥이’를 선보였다.
삼성물산은 요즘 핫한 ‘푸바오’ 팝업스토어를 지난해 11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열어 2주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분홍색 곰 캐릭터 ‘벨리곰’ 굿즈는 약 2년간 50억원어치가 팔렸다.
잘 키운 캐릭터는 그 자체로도 돈이 되지만 기존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에잇세컨즈 의류와 푸바오 캐릭터를 결합한 상품을 내놨다. 푸바오 인기에 힘입어 티셔츠·스웨트셔츠·후디·파자마가 ‘완판’되자 아예 전국 에잇세컨즈 매장에서 이들 상품을 팔기로 했다. 리조트 부문에서 키운 캐릭터로 패션 부문을 살린 것이다.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은 불황에도 강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캐릭터 IP를 활용한 상품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건 ‘캐릭터 디자인’(44.4%·복수응답 가능)이었다. ‘상품 품질’(31.6%), ‘상품 가격’(27.6%)보다 높은 수치다. 캐릭터를 적절히 사용하면 가격이 비싸도 기꺼이 사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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