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12월 임시국회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대형마트의 휴일 온라인 배송 허용,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완화 등 민생법안 처리가 좌절됐다.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해 여야 수뇌부가 ‘2+2 협의체’까지 꾸렸지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8일까지 빈손으로 끝났다. 양당 지도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정치 현안에 집중하느라 정작 시급한 법안 처리엔 제대로 신경 쓰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양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통해 네 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재해 예방대책 및 예산 마련 등이 전제돼야 합의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산업현장에 불러올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준비되지 않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처벌이 집중될 것이란 관측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소규모 기업은 대표가 경영과 업무, 안전 보건 등을 모두 총괄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가 처벌 대상이 되면 기업은 폐업 위기에 몰리고, 근로자는 대거 실직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철강·건설·시멘트·자동차 등 국내 제조업 전반에 걸쳐 파장이 커질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의 영업규제 시간 중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은 불발됐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등 규제 혁파도 막혔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 폐지 같은 경제 법안 논의도 소관 상임위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간 협상의 실마리 역할을 해야 할 2+2 협의체는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6일 출범 이후 매주 회의를 했지만 이마저 지난 2일 이 대표 피습 사태로 중단됐다.
설지연/배성수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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