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불씨 살린 태영…"계열사 매각 곧 착수할 것"

입력 2024-01-08 18:36   수정 2024-01-16 15:53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개시를 위해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윤석민 회장 일가 보유 지분(33.7%)의 담보 제공을 검토하는 것은 기존 자구안으로는 정부와 채권단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영은 이르면 9일 추가 자구안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태영 “구체적 추가 방안 마련”
티와이홀딩스는 8일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890억원을 납입했다. 이로써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약속한 매각대금 1549억원(티와이홀딩스 1133억원, 윤 회장 416억원) 지원을 마무리했다.

애초 태영은 매각대금 중 890억원을 티와이홀딩스가 연대보증한 태영건설 채무 상환에 써버려 논란이 됐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모든 금융채권자의 채권 행사가 유예된 가운데 해당 채무만 갚은 것은 약속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은 이 채무 변제도 태영건설 지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입장을 바꿨다.

티와이홀딩스는 또 계열사 에코비트 등의 지분 매각과 담보 제공을 통해 태영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 계획도 이른 시일 안에 이사회 결의를 거쳐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태영은 지난 3일 내놓은 자구 계획에 이런 방안을 넣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은 1차 채권단협의회가 열리는 오는 11일 이전까지 이사회 결의 등 실행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티와이홀딩스는 또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 자구 계획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구체적 방안을 곧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태영이 언급한 추가 자구 계획이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의 사재 출연 방안인 것으로 보고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가진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채권단 신뢰 확보해야”
태영그룹은 그동안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총수 일가의 핵심 재산인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각 또는 담보 제공에 난색을 보여 왔다. 그룹 경영권이 달린 사재 출연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압박과 악화하는 국민 정서를 고려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대통령실과 총리까지 나서서 “자기 뼈를 깎는 자구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공세를 이어왔다.

정부와 금융당국, 한국은행 등은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어 태영이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을 제시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없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

일각에선 태영이 태영건설에 추가 자금을 넣지 않고 워크아웃을 포기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태영건설을 포기하는 대신 티와이홀딩스와 SBS를 건지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다. 워크아웃 대신 법정관리로 가면 모든 채권 행사가 동결되면서 580여 협력사, 2만여 분양 계약자가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채권단 “건설 운영자금도 필요
티와이홀딩스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윤 회장(25.4%) 등 총수 일가가 지분 33.7%를 갖고 있다. 이와 별도로 티와이홀딩스는 자사주 1509만 주(29.2%)를 보유 중이다. 이날 시가총액 2393억원을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 가치는 806억원, 자사주는 698억원이다. 총 1504억원 안팎이다.

경영권 프리미엄과 시총 6769억원인 자회사 SBS(티와이홀딩스 지분율 38.1%)의 가치를 고려하면 매각이나 담보 제공 시 시장가보다는 높게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런 추가 자구안으로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승인할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려면 채권단 75%가 찬성해야 한다. 개시 결정이 나도 이후 3개월 동안 태영건설 실사와 경영관리 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치는 동안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 행사는 계속 정지되며 태영건설은 공사대금을 받지도 못한다. 채권단은 이에 대비해 그룹이 5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현우/차준호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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