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은 올 하반기부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일부 국가와 무역거래를 할 때 수출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수출입 대금을 달러화 등 기축통화 대신 원화로 결제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기업들은 환전 수수료를 절감하고 환율변동 리스크(위험)를 낮출 수 있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수출입 대금 원화결제 시스템 도입을 위해 아세안 국가들과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 1분기 내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 하반기부터 아세안 일부 국가와 직거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업들의 무역거래 시 원화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국제금융국은 작년 말부터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국가와 원화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1순위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화결제 시스템의 핵심은 외국환거래규정(제7-9조)에 명시된 원화의 이체 및 처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이 규정을 특정 국가와의 무역거래에 한해 일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한국 기업은 국내 금융회사에 개설된 아세안 은행의 원화계좌(자유원 계정)를 통해 수출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할 수 있다. 거래 과정에서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필요가 없다. 국내 기업들이 수출입 대금을 원화로 결제한 것은 지금까지 이란과의 거래가 유일했다. 2010년 미국이 이란과의 달러화 결제를 봉쇄하는 대(對)이란제재법을 제정하자 이란과의 무역거래를 위해 만든 특수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다. 기재부는 아세안 일부 국가를 대상으로 원화결제 시스템을 시범 적용한 뒤 다른 국가로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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