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 내내 반도체 불황에 시달린 삼성전자가 예상대로 지난해 6조원대 영업이익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 업계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적자 규모를 최소 13조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다만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오면서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돼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 것은 긍정적 시그널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익이 6조5400억원으로 전년(2022년) 영업익 43조원 대비 84.9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8조1600억원으로 14.58% 줄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2008년(6조319억원) 이후 처음이다. 7조원대 연간 영업익을 예상한 증권가 전망치도 10% 이상 밑돌았다.
지난해 내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적자를 낸 여파다. 삼성전자는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지난해 4분기에도 DS 부문은 1조~2조원대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DS 부문은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누적 적자만 12조6900억원에 달했다. 적자 규모는 축소되고 있지만 4분기 역시 적자를 본 게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반도체 적자 폭이 축소되고 있고, 올해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반도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AI 기술 혁신을 이끌 클라우드용 솔루션 ‘HBM3E, DDR5, MRDIMM, PCIe Gen5 SSD’ △고성능·저전력 온디바이스 AI용 솔루션 ‘LPDDR5X, LPDDR5X CAMM2, LLW, PCIe Gen5 SSD’ △2025년 전장 메모리 시장 1위 달성을 위한 차량용 솔루션 ‘Detachable Auto SSD’ 등 AI용 최첨단 메모리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달 초 최초의 AI 노트북인 '갤럭시북4 시리즈'를 공개한 데 이어 오는 18일 최초의 AI 스마트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AI 중심의 반도체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DS 부문은 D램 가격 상승과 파운드리 가동률 회복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영업적자 폭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경쟁사보다 부진했던 비트그로스(Bit growth·비트단위로 환산한 출하량 증가율)는 4분기부터 감산 효과를 보면서 업계 평균을 웃돌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흑자전환 및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연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면서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익은 각각 310조7000억원, 37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0%, 38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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