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텅'…"1990년대보다 최악 상황" 美 초유의 사태 터졌다

입력 2024-01-09 11:16   수정 2024-01-09 11:3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사무실 공실률이 4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최악의 부동산 위기 때보다 높은 수치다. 건설 경기 영향에 재택 근무 추세까지 더해져 위기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간)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4분기 기준 지난해 미국 주요 도시 사무실 공실률은 19.6%로 1979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0.8%포인트 올랐다. 이전 최고치인 1986년과 1991년 저축대부조합(S&L) 위기 당시 19.3%보다도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금의 높은 사무실 공실률이 80~90년대 저축대부조합 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저축대부조합 위기는 1970년대 금융규제 완화 이후 저축은행 역할을 하는 저축대부조합들이 주택 구매자·건설사에 대규모 대출을 내줬으나 1980년대 금리 인상으로 다수 도산한 사태를 말한다. 이때 땅값이 싸고 규제가 적은 미국 남부에서는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건축 붐이 일었다.

과잉 공급의 영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실률이 가장 높은 3개 도시는 남부에 위치한 텍사스 주 휴스턴, 댈러스, 오스틴이다. 부동산 중개업체 존스랑라살(JLL)의 케빈 프로벨 수석 전무이사는 "1980년대 플로리다 주 팜비치는 개발업체들이 도시를 거대한 오피스 빌딩으로 채우면서 급성장했다"며 "그 공간을 모두 채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팜비치는 1991년 공실률이 28.8%로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사무실이 넘치는 데 반해 주택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하자 사무실을 아파트로 용도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뉴욕시, 오레곤 주 포틀랜드시 등 각 시는 규제를 풀어 이를 지원하고 있다.

저축대부조합 위기에 비해 이번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더 오래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90년대 위기의 요인은 경기 침체였기에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금세 해결된 반면 이번 위기는 재택 근무라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연관돼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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