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을 단독 처리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경찰 조사와 야당 주도 국정조사가 이미 이뤄진 만큼 진상 규명보다는 피해자 보상과 재발 방지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엔 민주당이 낸 특별법에서 특조위 내용은 빼고 유가족 지원과 피해 보상에 초점을 맞춘 ‘이태원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해 또다시 재난을 정쟁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지난해 말부터 이날 본회의 직전까지 쟁점 사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특검 요청권을 가진 조사위 설치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국민의힘은 총선을 겨냥한 ‘정쟁용 특별법’이라며 조사위 설치에 반대했지만 민주당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필요하다고 맞섰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달 21일 특검 요청권을 삭제하고, 법 시행 시기를 총선 이후로 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의 양보로 여야가 조사위 설치까지는 접점을 찾았지만 조사위의 구성과 권한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은 중재안을 반영한 수정안을 단독 의결했다. 11명의 조사위 구성은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야 교섭단체가 4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유족 측 추천 인사를 포함시키려고 한 민주당은 “유가족 의견을 100% 반영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박주민 의원)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여야 한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안전이 아니라 정쟁과 갈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방 처리된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윤 원내대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여부에 대해 “그 얘기를 할 시점은 아니다. 조금 지켜봐달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특별법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돼 유감스럽다”면서도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 밖에 식용 목적의 개 사육과 가공된 식품을 유통·판매하면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개 식용 종식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후 도심 역세권의 지상철도를 지하화해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지하화특별법도 통과됐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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