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0일 15: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가 1만원대 스팩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팩법인이 소멸되는 합병 방식이 도입되면서 시장에서는 편의성이 높은 1만원 스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모가 2000원짜리 스팩으로 다시 수요가 몰리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작년 2월 미래에셋드림스팩1호와 삼성스팩8호 등이 마지막으로 발행된 뒤 1만원짜리 스팩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하나투자증권 등 공모가 1만원대 스팩을 발행한 증권사는 앞으로 2000원 스팩을 발행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한 대형 IPO 관계자는 “당분간 1만원 스팩을 상장할 생각이 없다”며 “1만원 스팩은 대부분 공모금액이 400억원대로 커 합병 수요가 적은 게 이유”라고 말했다.
1만원 스팩은 지난 2021년 스팩소멸 방식의 합병이 도입되면서 처음 등장했다. 스팩소멸 합병 방식은 합병 회사가 존속법인으로 남고 스팩이 소멸하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스팩이 존속법인으로 남고 합병회사가 소멸하는 스팩존속합병 방식이 쓰였다. 스팩소멸 합병 제도가 도입되자 대부분 기업은 이 방법을 채택했다. 사업자 번호 등을 바꿔야 하는 기존 존속합병 방식에 비해 편의성이 높아서다.
다만 스팩소멸 합병 방식을 사용하면서 단주(1주 미만의 주식)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한 주당 1만원인 비상장사가 공모가 2000원짜리 스팩과 합병하면 스팩 주주에게 한 주당 0.2주를 나눠줘야 한다. 이는 단주이기 때문에 기업이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기업이 무상증자하거나 액면가를 쪼개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스팩 공모가를 2000원에서 1만원으로 높이는 방식을 제안했다.
하지만 1만원짜리 스팩의 성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2000원 스팩에 비해 거래량이 적고 주가 탄력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나타났다. 여기에는 1만원 스팩이 공모 규모가 400억원대로 커 합병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영향도 있었다. 삼성증권은 이에 지난해 11월 공모 규모를 200억원으로 줄이고 공모가 2000원의 삼성스팩9호를 발행했다. 1만원 스팩 중 합병에 성공한 케이스는 하나금융25호스팩이 유일하다. 2차전지 관련 기업 피아이아이와 합병해 이번 주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다음 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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