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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로벌 바이오업계에서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작년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M&A 시장이 냉각된 상황과 정반대 결과가 나타날 것이란 평가다. 특허 만료를 앞둔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M&A를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작년 말부터 시작된 바이오업계의 M&A 열풍이 올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11월부터 대형 M&A가 연달아 체결됐다. 바이오 조사기관 바이오파마다이브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가액 10억달러 이상인 대형 M&A 중 3분의 1이 작년 11~12월에 이뤄졌다.
작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바이오 업체들의 몸값이 저점을 찍게 되자 대형 제약사가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미국 대표 바이오업계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 바이오테크 ETF(XBI)' 가격은 2021년 2월 역대 최고치인 166.78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작년 10월 64달러로 내려앉았다. 약 2년간 61.4% 하락했다. 작년 11월 Fed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한 뒤 통화 긴축 중단을 시사하면서 바이오업체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에도 바이오업계에서 빅딜이 연달아 이뤄졌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은 의료기기 업체 액소닉스를 37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고, 존슨앤드존슨은 암 치료제 개발사 엠브릭스바이오파마를 20억달러에 사들였다. 미국의 머크는 이중항체 개발사 하푼테라퓨틱스를 6억 8000만달러에, 노바티스는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사 칼립소바이오를 4억 25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대형 제약사들이 인수를 확대하는 배경엔 특허 만료가 있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 미국 머크의 항암제 키트루다 등 세계 매출 1위를 다투는 의약품 특허가 올해 만료된다. 복제약에 시장을 빼앗길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대형 제약사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해선 M&A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 바이든 정부의 정책도 M&A를 촉진시킨다는 평가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작년 8월 약값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메디케어(고령층 대상 건강보험)를 적용받는 의약품 가격을 10년간 총 985억달러 낮추는 게 목표다. 이후 2026년부터 미 정부는 의약품 45개에 대한 가격 책정 협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약값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IRA 시행이 임박해지면서 대형 제약사들이 매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50억~150억달러 규모의 M&A를 모색하고 있다"며 "또 특허 만료로 수익도 감소하고 있어 M&A 열기는 더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오 업계의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치료제와 백신 판매로 현금성 자산을 비축해놔서다. 컨설팅업체 어니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업체 상위 25개의 현금성 자산은 총 1조 3700억달러로 집계됐다.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마이클 커티스 EY 글로벌 산업시장 책임자는 "향후 5년간 규제와 특허 만료로 인해 대형 제약사의 수익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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