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로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물론 차기 DGB금융 회장 선임 과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대구지법 형사 11부는 10일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82억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과 함께 기소된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상무) A 씨, 글로벌사업부장 B 씨,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 SB 부행장 C 씨에게도 무죄를 내렸다.
김 회장은 A 씨 등과 함께 2020년 4~10월 대구은행 캄보디아 현지법인의 상업은행 인가 취득을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미화 350만 달러(약 41억 원)를 현지 브로커에게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현지 브로커에게 지급한 350만 달러 DGB SB의 사업은행 전환을 위해 지급한 비용이 맞다고 판단했지만, 국제 상거래에 해당하지 않아 국제 상거래에 있어서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DGB금융은 이날 판결 이후 김 회장 등 변호인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지난 2년 동안 11차례 법정 증언 및 1만페이지 상당의 수사 기록을 검토해 올바른 판단을 한 재판부의 정확하고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기소가 오랜 기간 사건 관련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줘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검찰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존중하고, 여러 사람이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의 1심 무죄 판결이 차기 DGB금융 회장 선출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회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난다.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생명 대표를 지낸 김 회장은 2018년 경영진의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어려움에 처한 DGB금융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하이투자증권 등을 인수하며 회사를 종합금융그룹으로 키워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경쟁 촉진화 방안’에 발맞춰 대구은행이 지난 7월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 차원에서 3연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김 회장은 ‘만 67세 초과 시 회장에 선임·연임될 수 없다’고 규정한 DG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치지 않고선 차기 회장 선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김 회장이 일단 사법리스크 꼬리표를 떼면서 향후 DGB금융 이사회에서 나이 규정 등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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