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0일 16: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통 라이벌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비슷한 시기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유통업 실적 부진 우려가 큰 상황에서 그룹의 탄탄한 지원으로 조 단위 투자수요 확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날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열었다. 3년물 1500억원, 5년물 5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에서 3년물에 8350억원, 5년물에 1850억원 등 총 1조200억원의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AA급 우량채에 대한 탄탄한 수요가 뒷받침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신세계의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매겼다. 백화점 실적 호조로 이익 창출력이 높아진 데다 면세점 영업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인들의 한국 단체관광이 재개되면서 면세점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세계가 회사채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상품이라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신세계는 매년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적극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 회사채 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1월 1000억원 모집에 1조69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와 2000억원으로 발행 규모를 늘렸다. 이어 6월에도 2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2950억원을 확보해 3200억원을 조달했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도 올해 첫 회사채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롯데쇼핑은 지난 9일 열린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조 단위 자금이 쏟아졌다. 2500억원을 발행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145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하고 있다.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면서 투자수요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평가다. 롯데쇼핑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해 8곳에 달하는 증권사를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그룹 내 건설사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도 기관들의 투심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건설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계열사인 신세계건설과 롯데건설의 PF 리스크를 그룹 차원에서 대처하겠다는 게 이들의 방침이다.
유통업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지만, 업황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유통업의 산업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겼다. 국내 소비 침체 속 오프라인 채널 경쟁력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계 소비 여력 저하로 엔데믹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도 크지 않다고 봤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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