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연합군' 합류한 LG…"TV·노트북·車,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

입력 2024-01-10 18:52   수정 2024-01-11 01:02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는 빅테크들의 ‘영토 확장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무대다.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생태계’에 다른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는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AI 생태계도 자연 생태계와 똑같이 많은 기업이 뛰어놀아야 건강해진다. 그래야 사람들이 모이고 돈도 쓴다.

올해도 그랬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은 똑똑한 AI와 성능 좋은 운영체제(OS)를 선보이며 “세상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하나로 묶겠다”는 청사진을 앞다퉈 내놨다.
“세상 모든 기기를 연결하라”
9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한 ‘CES 2024’에서 구글이 내건 슬로건은 ‘better together’(함께하면 더 좋다)였다. 세계 기업들에 “구글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것이다. 사미르 사맛 구글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OS는 더 이상 휴대폰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다”며 “TV, 노트북, 스피커, 자동차에까지 폭넓게 적용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은 생태계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LG전자 일부 TV에 크롬캐스트를 내장하기로 했다. 크롬캐스트가 들어가면 번거로운 연결 작업 없이 간편하게 안드로이드폰과 TV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구글은 중국 가전업체 TCL과 하이센스를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끌어들였다.

안드로이드폰으로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동기화하는 기술도 공개했다. 볼보의 전기자동차 폴스타와 손잡고 스마트폰을 통한 통합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음성으로 차량 온도 조절은 물론 차고 문도 여닫을 수 있다. 사맛 부사장은 “연결 범위를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은 BMW 차량에 생성형 AI 알렉사를 적용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증강현실(AR) 스마트글라스도 선보였다. 운전자는 스마트글라스를 통해 내비게이션, 위험 경고, 목적지 정보,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일본 전자업체 파나소닉과도 손잡고 올해부터 아마존의 스마트TV 솔루션인 파이어TV를 파나소닉 TV에 넣기로 했다. 아마존은 HL만도와 손잡고 모빌리티 소프트웨어도 개발한다. MS는 일본 혼다와 소니가 합작한 소니혼다 모빌리티가 2026년 출시하는 전기차 아필라에 생성 AI 기반의 음성 비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삼성도 자체 생태계 확장에 ‘올인’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자체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를 입힌 빅스비와 스마트싱스·타이젠OS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매년 세계에서 팔리는 삼성전자 제품 5억 개와 삼성 계정 이용자 6억 명만 연결해도 거대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타사 제품까지 끌어들여 구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에 손을 내밀었다. 삼성전자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현대차 차량을 작동시키는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차량에서 집안 공기청정기를 켜는 등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LG전자도 TV에 제공하는 서비스를 스마트 모니터 사용자에게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체 생태계를 넓힐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은 ‘구글 월드’ ‘아마존 세상’과 같이 자신들이 구축한 AI 생태계를 기반으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만들려고 한다”며 “구글 아마존 MS 삼성 등 글로벌 빅테크 간 생태계 구축 경쟁에서 누가 승기를 잡느냐가 정보기술(IT)산업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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