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 전환)에도 면세점 업황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판매 감소세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보다 더 길어질 만큼 심각하다. '큰손'이던 중국인 관광객 주류가 유커(단체여행객)에서 싼커(개별여행객)로 바뀐 여파로 풀이된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면세점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 기준)는 78.5(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0% 감소했다. 2022년 11월(전년 동월 대비 -26.9%)부터 13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관련 통계가 나온 2010년 이래 가장 오랜 기간 줄어든 것이다.
면세점 소매판매액 지수는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넘어선 최장 기록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전년(2022년) 대비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면세점 소매판매액 지수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37.5% 곤두박질쳤다가 2021년 13.4% 증가했으나 2022년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2023년에도 반등하지 못한 셈이다.
올해 유통업 관련 재화소비 지표가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면세점은 특히 부진한 편이다. 정부는 면세점 업황을 고려해 지난 3년간 50%로 줄인 특허수수료를 작년 매출분까지 연장해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년5개월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허용됐지만 이후에도 단체관광객 쇼핑 여행은 거의 없다. 중국 내 소비경기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송객 수수료 인하에 따른 중국 보따리상 '따이궁' 거래 감소,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발달과 자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 확산에 따른 화장품 소비 부진 등의 악재도 겹쳤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산업은 기대와 달리 중국인 단체관광객 회복 속도가 저조하다. 연말 중국인 단체 관광 수요가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행 그룹투어(단체여행)의 회복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나들이 수요가 높아지는 2분기 전후로는 유의미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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