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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들은 9~12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4 CES'를 데뷔 무대로 삼고, 저마다 기술력을 앞세워 빅테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안으로 부상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사인 딥엑스와 모빌린트, 생성형 AI 시대 새로운 컴퓨팅 연결장치로 주목받고 있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분야의 파네시아와 메티스엑스가 주인공이다.
AI 솔루션 시연으로 '인기몰이'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곳은 온디바이스 AI용 NPU를 개발하는 딥엑스다. NPU는 전력을 적게 쓰면서도 연산처리 속도가 빨라 엔비디아가 잡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 부스가 몰려있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자리 잡은 딥엑스는 부스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체 개발한 '올인포 AI 토털 솔루션'을 공개하고, 산업용 로봇, 모빌리티, 가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시연해 '볼거리'를 제공한 덕분이다. 부스에 설치된 화면 앞으로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몸 부분은 분홍색, 신발은 연두색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발을 피해 움직이도록 산업용 로봇에 AI 솔루션을 적용한 것을 구현한 것이다.
유하준 딥엑스 IP 팀장은 "GPU 대비 100분의 1에 달하는 소비전력과 10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 경쟁력으로 고성능 AI 기술을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년 설립한 딥엑스는 자체 개발한 'DX-M1' 양산을 앞두고 있다. 로봇, 모빌리티, AI 영상 보안 시스템, 서버 관련 글로벌 기업 40여곳의 양산 개발용 제품에 탑재돼 사전 검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또 다른 NPU 칩 스타트업인 모빌린트는 스타트업 전용 유레카파크의 'KOTRA 통합관'에 부스를 차렸다. 고성능 엣지 프로세싱에 최적화한 NPU 솔루션인 'MLX-A1'과 에지와 온프레미스 AI용으로 개발한 PCLe 카드 제품인 ‘MLA100'을 공개했다. 2019년 설립한 모빌린트는 최근 200억원 규모 시리즈 B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삼성도 찜한 CXL 분야 '샛별'
CXL 반도체 설계자산(IP) 스타트업 파네시아도 주목 받았다. 삼성전자가 생성형 AI 시대에 맞춰 새롭게 보고 있는 시장이 CXL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속기와 메모리 확장 장치, 프로세서 등 여러 시스템 장치를 연결하는 CXL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인터커넥션의 표준이 되고 있다.
파네시아는 KAIST 출신 석·박사와 정명수 교수가 2022년 8월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파네시아는 유레카파크 KAIST 전시관에서 메모리의 한계 때문에 대용량 데이터 처리가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AI 가속기를 선보였다.
이상원 파네시아 이사는 "기존 서버용 SSD는 낸드플래시 기반이라 너무 느리다"며 "D램 기반 메모리를 CXL에 연결하면 처리 속도가 100배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파네시아는 개발 중인 AI 가속기를 연내 출시하는 게 목표다. 글로벌 CXL IP 개발회사로는 램부스, 케이던스, 시놉시스 등이 있다.
CXL 메모리를 개발하는 메티스엑스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K-스타트업 통합관'에 자리 잡았다.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가 선발해 이번 CES에 참가했다.
김진영 메티스엑스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FGPA 프로토타입은 기존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대비 2~3배 빠른 가속을 구현했다"며 "이번 CES 참가를 계기로 500억원 규모 시리즈 A 단계 자금 조달에 나선다"고 말했다. 2022년 3월 설립한 메티스엑스는 투자 유치 후 빅데이터에 특화된 CXL 지능형 메모리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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