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ROS1 돌연변이 폐암 환자에게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표적 항암 신약 레포트렉티닙을 투여해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공개했다. 해당 임상시험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지난해 이 약을 허가하는 근거가 됐다.
연세암병원은 조병철 폐암센터 교수팀이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거나 기존 표적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ROS1 돌연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레포트렉티닙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다. 국내 연구자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종양학 분야 논문이 NEJM에 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OS1 돌연변이 폐암은 전체의 2%를 차지한다. 표적치료제가 표준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이자의 젤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과 로슈의 로질트렉(성분명 엔트랙티닙) 등이 대표 치료제다. 이들의 치료 효과는 객관적 반응률(ORR) 70%, 무진행생존기간 중간값(mPFS) 15~19개월 정도다.
조 교수팀은 레포트렉티닙을 활용한 트리덴트-1(TRIDENT-1) 다국가 임상 1·2상 연구를 이끌면서 차세대 ROS1 표적치료제 효과와 안전성을 분석했다. 이를통해 폐암 진단을 받은 뒤 처음 약을 쓰는 1차치료 환자 71명에게서 ORR 79%, mPFS 35.7개월의 효과를 확인했다. PFS는 이전에 사용하던 치료제보다 2배 가까이 길어졌다.
대개 표적치료제를 쓴 뒤 약이 듣지 않게 되면 화학(세포독성)항암제를 쓰는 것 외엔 이렇다할 치료법이 없다. 젤코리와 로질트렉은 모두 뇌 투과력이 약해 내성 환자의 70% 정도가 뇌전이를 호소한다.
이번 연구에서 조 교수팀은 기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 56명에게 레포트렉티닙을 투여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했다. 이를 통해 ORR 38%, mPFS 9개월 결과를 얻었다. 내성 변이(G2032R)까지 생긴 환자 17명의 ORR 59%, mPFS 9.2개월이었다.
레포트렉티닙은 뇌전이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았다. 이전에 표적치료제로 치료받은 적이 없으면서 뇌로 전이된 환자의 두개강내 객관적반응률은 89%였다. 환자들은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을 흔하게 호소했다. 대부분 조절 가능한 증상이었다.
이번 임상 결과를 토대로 BMS는 지난해 11월 FDA로부터 레포트렉티닙을 폐암 치료제로 시판 허가 받았다. BMS는 2022년 터닝포인트테라퓨틱스를 41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이 회사에서 개발하던 레포트렉티닙을 보유하게 됐다.
터닝포인트와 함께 전임상부터 레포트렉티닙 연구를 이끌어온 조 교수는 "레포트렉티닙은 기존 ROS1 표적치료제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표적치료제"라며 "ROS1 돌연변이 폐암 1차 약제로 새 치료 지평을 열면서 이전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도 새 희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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