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를 정치적 도구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40년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토머스 E 듀이였다. 선거유세 때 티셔츠에 ‘Do it with Dewey’라는 문구를 새긴 것. 지금도 선거 때면 티셔츠 마케팅이 치열하다. 팬덤 정치의 파생상품인 ‘굿즈’는 후보의 메시지를 확산하고, 지지자들의 일체감을 형성하며, 판매량을 통해 바닥 민심의 가늠자 역할까지 한다. 그 대표 상품이 후보의 얼굴과 메시지가 찍힌 티셔츠와 모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구치소에서 찍은 ‘머그샷’을 새긴 티셔츠 등을 팔아 100억원 가까운 정치자금을 모았다. 국내 선거에서도 티셔츠 마케팅은 기본이다.
그제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입은 ‘1992’ 티셔츠가 화제다. 티셔츠에 새겨진 ‘1992’는 원래 부산이나 롯데와 무관하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92년을 상징하는 숫자로 해석되면서 지지자들의 구매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산 시민들의 염원을 그만큼 잘 안다는 뜻이었을까.
비대위 출범 이후 전국을 순회 중인 한 위원장은 가는 곳마다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고향인 청주에서는 어린 시절을, 강원도에서는 부모님의 학연과 자신의 군생활을 소개했고, 대구에서는 ‘정치적 출생지’라고 했다. ‘정치 초보’답지 않게 순발력과 메시지 전달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잔기술에만 능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큰 판을 읽고 주도하는 본원 경쟁력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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