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찰에 따르면 경남 창원서부경찰서는 김모씨(31)를 지난 9일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김씨는 2021년부터 작년까지 피해자들에게 OTT 계정을 공유하는 대가로 구독료 4분의 1의 3~12개월치를 받아놓고 몇 주, 몇 개월 뒤 구독을 끊는 수법을 썼다.
김씨에게 당해 카카오톡 피해자 오픈채팅방에 모인 사람은 130명가량이다. 1인당 1만4000~4만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OTT 서비스 한 곳의 1~4개월치 이용료를 뜯긴 셈이다. 피해자 박모씨(31)는 “한 달만 이용하고 싶었으나 김씨로부터 ‘3개월 이상만 공유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이용자들이 OTT 계정을 공유하는 이유는 여러 인기 콘텐츠가 각각의 OTT 서비스에 분산돼 있어서다.
OTT 서비스의 한 달 구독료는 기본요금 기준으로 월 4990원(쿠팡플레이)에서 월 1만3500원(라프텔·애니메이션 전문 OTT) 수준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을 더해 4~5개 OTT를 모두 구독하려면 광고 유무 등 서비스 단계에 따라 4만~7만원이 필요한데, 계정을 공유하면 한 곳의 구독료로 여러 개를 볼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 OTT 이용자의 69.6%가 계정을 공유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정을 공유할 지인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X(옛 트위터),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구독료를 아끼려다 사기에 노출됐다는 분석이다.
비슷한 사기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SNS에 OTT 계정을 공유하자는 일명 ‘n분의 1 팟’을 찾는 글이 넘치는데 단속할 수도 없어서다. 개인이 피해를 보더라도 비교적 소액이라 법적 조치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상받을 길도 없다. 대부분 OTT업체는 약관에서 계정을 가족 외 타인과 공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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