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일가스 선구자 체사피크, M&A로 미국 최대 천연가스 기업 등극

입력 2024-01-11 21:47   수정 2024-01-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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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일가스 추출법을 세계 최초로 고안한 체사피크 에너지가 11일(현지시간) 천연가스 기업 사우스웨스턴 에너지를 74억달러(9조 7347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증가하고 원유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날 체사피크 에너지는 사우스웨스턴 에너지를 74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웨스턴 에너지 주식 1주당 6.69달러에 전량 매수하기로 합의했다. 인수 절차는 오는 6월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체사피크는 이번 합병으로 미국 최대 천연가스 업체에 등극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10일 종가 기준으로 240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EQT(155억달러)를 크게 앞선다. 천연가스 생산량에서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3분기 기준 체사피크와 사우스웨스턴의 천연가스 생산량을 합치면 하루 74억입방피트에 달한다. 반면 EQT는 55억입방피트에 그쳤다.

1989년 설립된 체사피크는 1990년대 후반 셰일 암석을 깨트려 석유와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공법인 프래킹 기술을 최초로 고안했다. 미국의 셰일 가스 혁명을 선도하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08년에는 시가총액이 350억달러를 넘겼고,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오브리 맥클렌던이 미국 내 최다 연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체사피크의 부채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자 2020년 파산 절차를 밟았다. 2021년까지 유정을 매각하며 부채 70억달러를 상환하며 극적으로 회생했다. 이후 체사피크는 석유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천연가스 유정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체사피크가 사우스웨스턴을 인수한 배경엔 에너지 전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이 기후 정책의 일환으로 화석연료를 퇴출하기 시작하자 석유 산업의 수익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2022년 6월 최고점인 120달러를 찍은 뒤 올해까지 40% 가까이 떨어졌다.

체사피크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을 염두에 두고 사우스웨스턴을 인수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 가스 대신 미국 LNG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체사피크는 지난 5일 멕시코만 인근 LNG 수출 터미널과 하루 3억입방피트의 천연가스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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