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상대와 함께 술을 마시고 바둑을 뒀다가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60대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지만,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 중이다.
제주지검은 11일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69)씨에 대해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 진재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것으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피해자 진술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라며 "이에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상해치사죄로 수용된 적이 있는 데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 관련 내용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피고인에 대해선 엄벌이 필수적"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A씨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며 재판부를 향해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A씨 변호인은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일 처음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한 뒤 바둑을 둔 사이"라며 "피고인에겐 피해자를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검찰에선 사건 당일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옆집 거주자 진술을 근거로 사망 시각을 특정했지만, 해당 참고인 진술은 일관적이지 않다"라며 "도로만 비추고 있는 검찰의 CCTV 영상만으론 제삼자의 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피고인이 옷·수건 등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당시 자고 일어나 보니 사람이 죽어있었고 너무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2층 집주인에게 가서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라며 "제 결백보다도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건물에서 각각 홀로 지냈던 두 사람은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씨 주거지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갔다. 이튿날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부검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항거 불능 상태인 0.421%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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