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효과'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코스피가 힘을 못 쓰고 있다.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종목의 실적이 부진해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작년 11~12월 지수가 크게 올라 상승 피로감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지수가 내리막길을 타자 개인 투자자는 주가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변수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 중동 정세 등을 꼽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새해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4.9% 밀렸다. 1월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1월 효과는 뚜렷한 호재 없이도 기대심리로 인해 연초에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1월 코스피 지수는 평균 2.7% 상승했다. 작년 첫 9거래일 동안에도 코스피는 5.75% 올랐다.
올해 1월 효과를 보지 못한 데에는 기관의 매도세가 있었다. 연초부터 전날까지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3500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조9610억원, 2조4917억원을 사들이며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
대형주의 주가가 부진한 점도 지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올 들어 6.88% 하락했다.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각각 5.23%, 3.39% 하락하며 맥을 못 추고 있다. 시가총액 10위권 안에서 주가가 오른 기업은 네이버(2.9%), 카카오(11.23%)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을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주요 기업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해 지수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전망도 보수적으로 조정되고 있어 국내 정보기술(IT) 종목의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증권가 추정치를 각각 25.2%, 42.4% 밑돌았다.
일부 전문가는 올해 초 증시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기준 금리 인하 전망을 반영해 이미 많이 올랐다는 시각에서다. 작년 11~12월 2개월간 코스피는 15% 올랐다. 한국거래소는 "11~12월 코스피는 공매도 금지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사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수가 맥을 못 추자 반대로 '상승'에 베팅하는 개미가 크게 늘었다. 연초부터 개인 투자자는 'KODEX 레버리지'를 약 5289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2위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지수를 두 배로 추종한다. 코스피2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 200'에도 개인의 자금 455억원이 몰렸다.
증권가에선 미국의 12월 PCE 지표가 지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봤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PCE가 하락하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PCE에 따라 이르면 3월, Fed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CE는 Fed가 통화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 핵심 물가 지표다.
이 연구원은 "시총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수출에 민감하다 보니 미국, 중국의 재정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도 "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이미 낮아져 있어 실적 때문에 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후로 재정정책을 많이 발표한다"며 "재정정책의 내용에 따라 수출 확대 기대감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정학적 위기에 주목한 전문가도 있었다. 최근 예멘의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기습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군은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폭격했고, 후티는 보복을 예고했다.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은 미국과 영국을 규탄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증시에 악재"라며 "리스크가 불거지며 천연가스·국제 유가 낙폭이 제한됐고, 물가 상승세도 크게 꺾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기업이 호실적을 발표하거나 중동 정세가 안정화하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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