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가상자산거래소 등 비트코인 관련 종목들이 줄줄이 내리막을 타고 있다. 자산운용사와 개인투자자들이 ETF를 통한 비트코인 현물 투자에 대거 나설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기성 기업에 강력한 경쟁자가 생긴 격이라서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코인베이스는 6.7% 하락한 141.1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마라톤디지털홀딩스는 12.60%, 라이엇플랫폼즈는 14.82%, 헛8는 7.09% 내렸다.
비트코인 투자사로 이름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주가가 5.21% 밀렸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작년 말 기준 비트코인 76억달러(약 9조986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 간접 투자처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금융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국내 증권사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개가 막히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한동안 가상자산 관련 종목에 우회 투자만 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는 진입 시점을 잘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대감을 끌어올린 '재료 소멸'에 주가가 하락 영향을 받은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개별 종목엔 단기 악재가 될 공산이 커서다.
가상자산거래소엔 단기적으로는 비트코인 투자 시장 경쟁자가 생긴 셈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이나 비트코인 선물 ETF에 비해 더 단순한 방식으로, 적은 돈으로도 투자를 벌일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현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EC에 따르면 최근 상장을 허가받은 주요 비트코인 현물 ETF 상품 연 수수료는 0.24~0.30%다. 코인베이스는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 이보다 높은 최대 0.6% 수수료를 받는다. 케네스 워딩턴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인기를 끌면 당장은 코인베이스에 손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시장이 전반적으로 커지면서 관련주도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CNBC는 "시장 전문가들은 미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을 2004년 금 현물 ETF 승인과 주로 비교한다"며 "당시 현물 ETF 승인 전 금의 시가총액은 1조~2조달러 규모에 그쳤지만, 현물 ETF 승인 후 수년만에 16조달러 규모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연말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에 최대 1000억달러(약 131조4500억원)가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제프리 켄드릭 SC 전략가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기관들의 투자금이 비트코인에 본격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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