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로 도약한 산업계로부터의 인재 수혈은 여전히 삼류에 머무는 한국 정치판을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참신한 시도다. 21대 국회에서 경제·기업인이 차지한 비중은 무척 낮다. 국회 내 입지나 영향력을 따지면 더 초라하다. 국회 내 17개 상임위원회 중 운영위 정보위 여성가족위 정도를 빼고 모두 경제 관련 법안을 다루는데도 그렇다. 이번 국회에서 정책토론이 실종되고 유권자 환심 사기용 재정 퍼주기와 지역 특혜용 특별법이 쏟아진 것도 경제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저성장 극복, 연금·노동·교육·재정개혁 같은 과제들도 겉돌았다. 여권은 “윤 정부 국정운영의 출발점은 자유시장경제”라고 틈날 때마다 외치면서도 구호와 선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급망 전쟁이 격화하는 와중에 주요 국가가 보호주의 장벽을 높게 쌓아가는데도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규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기업·금융 현장에 정통한 의원은 ‘운동권 정당’으로 비난받는 더불어민주당에 오히려 더 많다. 이용우·홍성국 의원은 각각 카카오뱅크와 대우증권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금융시장에 해박하다. 한국의희망을 창당해 나간 삼성전자 임원 출신 반도체 전문가 양향자 의원도 민주당이 인재로 영입한 케이스다. 물론 이들 대부분도 진영논리에 빠져 제 역할을 못 하긴 마찬가지다.
경제·안보 융합 시대에 산업과 기술을 모르고서는 제대로 의정활동을 펼치기 어렵다. 여야 모두 고 전 사장처럼 세계적 흐름을 꿰고 있는 기업인을 적극 영입해 22대 국회의 인적 구성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국회의원 임기 4년 기간에 나라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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