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아르헨티나가 이 모든 것을 갖추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되지 못할 객관적인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경제 성적을 기록한 나라 중 하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아르헨티나는 세계 대공황 이전 가장 부유한 10개국 중 하나였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데이터상 67위다.
1980년대 처음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았을 때 성당 계단에서 한 노숙자가 바람에 날아다니는 1페소짜리 지폐를 그냥 지켜보기만 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당시 미화 1달러가 640페소로 그냥 종이에 불과했다. 40년이 지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시 방문했다. 도시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놀랍게도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도시가 ‘타임워프(time warp·시간왜곡)’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한 세기 동안의 부침을 끝내고 경제를 견고한 토대 위에 올려놓기를 바라지만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지쳐 있는 상태다. 1989년부터 10년간 집권한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도 달러화로 경제를 안정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규모 경제 위기로 페소화가 폭락하면서 메넴 시대는 막을 내렸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제도와 정책을 해체하려면 용기, 비전, 행운, 기술이 필요하다. 밀레이 대통령은 보조금을 삭감하고, 경제의 목을 조이는 규제와 관료주의를 철폐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줬다. 밀레이가 아르헨티나를 번영으로 이끌지는 미지수다. 아르헨티나 하원 257석 중 밀레이 대통령 측근이 차지한 의석은 38석에 불과하다. 법원과 관료 사회는 그의 개혁에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노조도 그를 싫어한다. 밀레이와 그를 뽑아준 약 56%의 국민은 행운을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Javier Milei and Argentina’s Lessons for America’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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