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건물을 짓는 데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의료수익률은 지난 20여 년간 곤두박질쳐 2~3% 수준이다. 단순히 건물을 짓기에는 투자 위험이 커졌다. 반면 의료기관의 연구간접비나 기술 이전, 특허 등 연구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은 진료 수익과 엇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어느 순간부터 연구시설이 병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외국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이윤을 창출했는가. 코로나19 이외에도 아직 우리가 극복해야 할 질환은 많다. 이를 빨리 인식한 나라는 미래 먹을거리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자와 연구비, 연구시설 3박자와 더불어 국가의 지원, 국민의 성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상황은 어떤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인재들이 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바이오산업 강국으로 갈 수 있는 첫 단추는 채워졌다. 이후가 문제다.
인재들을 미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나 신약, 의료기기 개발자인 의사과학자로 육성하려면 혁신적인 방안들이 ‘현실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이 시대의 의학 연구는 ‘수익사업’이다. 좋은 연구 성과를 위해서는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간접비를 실제 연구개발비와 별도로 현실화해 연구를 위한 설비투자에 사용되도록 연구비를 정책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진료 현장-후보물질 발굴-기초실험-동물실험-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 단계를 단축해야 하는데,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GMP(의약품 제조·품질 관리 기준) 시설에서 생산하기까지 단계를 줄이려는 노력은 이미 시작됐다. 첨단 연구 장비와 전자동 로봇, GMP 설비는 초기 투자 비용이 크지만, 생산된 신약이나 mRNA 및 유전자 치료제의 시제품은 수익률이 높다.
대학 연구력 평가의 척도인 전임상센터, 즉 실험동물센터의 완비도 빼놓을 수 없다. 개발한 신약을 전자동 GMP 시설에서 생산, 전임상센터를 거쳐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완비한 연구기관은 미래 최상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국도 백신 생산을 위해 국가에서 투자했지만, 실제 사용이 허가된 백신은 없다. 앞으로라도 연구 핵심 인재와 첨단 연구시설, 미래를 바라보는 정책적 연구비 등의 투자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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