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3.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1월 3.1%에서 0.3%포인트 높아졌다. 3.4%의 상승률은 지난 9월(3.7%) 이후 3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 2022년 6월 9.1%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대체로 하락세였다. 지난해 6월 3.0%까지 내렸다가 이후 등락을 이어갔다.
유로존도 CPI가 상승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속보치에 따르면 유로존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2.9%로 한달 전 2.4%에서 0.5%포인트 올랐다. 11월 저점을 기록한 캐나다와 영국의 CPI도 상승했을 가능성이 대두된다.
주요국 물가가 반등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중앙은행의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은 지난달 CPI 반등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만큼 충분히 진전이 있었는지를 확신할 수는 없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를 하기 전에 "더 많은 증거를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오는 3월 금리 인하는 "내 추정으로는 너무 이르다"라고 밝혔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기자들에게 보낸 논평에서 이번 데이터가 금리 인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의 향후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확신을 담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74.3%였다. 최근 1주일간 60%대였던 것에 비해 시장의 기대가 더 커졌다. CPI 상승률은 높아졌지만 기조적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는 11월 4.0%에서 12월 3.9%로 하락한 점 등이 이같은 기대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도 국채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는 등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6개월 이상 현재의 긴축 기조를 이어가야한다"며 "금리 인하 논의는 이르다"라고 말하는 등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다. 전문가들도 상반기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원물가 흐름을 보면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어렵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까지 연 2.5% 수준까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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