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중 대리전' 대만 대선…결과따라 세계 안보·경제 지형 바뀐다

입력 2024-01-13 07:43   수정 2024-01-13 08:27


이른바 '미중 대리전'으로 여겨지는 대만의 총통 선거(대선)이 13일 실시된다.

이날 대선은 '선거의 해'라 불리는 올해 지구촌에서 처음으로 치러지는 주요국 대선이다. 아울러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세계 안보·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그 결과에 지구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되는 대만 총통선거에서는 총통-부총통과 113명의 입법위원(국회의원)을 함께 뽑는다.

대선과 총선이 합쳐진 선거로, 대만 전체 인구 약 2400만명 중 만 20세 이상 유권자는 1955만명이다.

과거 국민당 독재를 거친 대만에서 시민의 손으로 직접 총통이 선출되는 것은 1996년 이래로 이번이 8번째다. 대만 국민은 2000년부터 민진당과 국민당 정부를 8년 주기로 바꿔왔다. 이런 '공식'이 이번에 깨질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친미·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전쟁 대 평화'를 내세운 친중 제1야당 국민당 후보간 박빙 접전이 펼쳐져 결과를 미리 예상하기 어렵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3일)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양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지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보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2%,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27%를 각각 기록했다.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였다.

이번 선거는 친미, 친중 후보 중 누가 승리하는가에 따라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와 미중 관계, 나아가 세계 안보·경제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제사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간 대만과 대화를 거부했고, 최근 몇년간은 거의 매일 대만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펼치며 민진당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미국은 대만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친미 성향 라이 후보가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친미 라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양안 갈등은 한층 더 고조될 것이 자명하다.

친미 정권이 8년에서 12년간까지 집권 기간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 중국 '앞마당'인 대만해협에 대한 미국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되면서 미중간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친중 허우 후보가 승리를 거머쥔다면 대만이 중국에 밀착하게 되면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대만해협이 사실상 중국 해안이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제1 도련선을 통해 중국의 서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대만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해로 중 하나인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자리한 데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는 곳이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런 만큼 대만 정권이 교체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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