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딸 앞에서 무참히 살해"…'인천 스토킹' 유족 호소

입력 2024-01-14 07:42   수정 2024-01-14 09:55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고 옛 연인의 6살 딸 앞에서 살인을 저지른 스토킹범에게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유족이 법원의 사형 선고를 호소했다.

피해자의 사촌 언니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스토킹에 시달리다 동생이 죽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형 선고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 동참을 요청했다.

A씨는 "제 동생은 출근하는 길에 6살 딸아이와 나이 많으신 엄마가 보는 앞에서 40㎝에 가까운 회칼에 무참히 살해당했다"며 "엄마와 할머니와 행복하게 지내던 제 조카는 눈앞에서 엄마의 죽음을 봐야만 했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며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지만, 많은 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검사가 사형을 구형하더라도 판사의 결정에 의해 얼마든지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많은 분의 탄원서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그는 "피고인석에 아무렇지도 않게 건강하게 앉아있는 모습만 봤을 뿐인데도 속이 뒤집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며 "너무나 빛나던 내 동생은 한 줌 가루가 돼 납골당에 있는데 얼마나 마음 편히 몸 편히 지내고 있으면 살이 찌는 건가. 정말 가해자가 벌은 받고 있는 거냐"고 했다.

이어 "유족은 가해자가 수십차례 쓴 반성문의 내용조차 열람할 수 없었고, 가장 경악스러웠던 건 재판 중 어린 딸 앞에서 엄마를 잔인하게 살해한 가해자가 조카의 이름을 10번 이상 불러가며 자신의 감형을 위한 연기에 이용했다는 것"이라며 "그 이야기를 듣는 내내 출소하게 되면 제 조카를 찾아가겠다는 협박으로 들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칼을 들고 동생을 위협하는 순간, 지켜보고 있는 어린 딸과 엄마를 지키기 위해 '미안하다', '살려달라' 말했지만, 가해자는 동생을 끝내 회칼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동생이 죽는 순간 가장 걱정했던 건 자신이 죽은 뒤의 딸과 엄마였을 것"이라며 "죽어가던 동생이 바라던 엄마와 어린 조카의 안전을 위해 사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6살 딸을 둔 피해자 B(37·여)씨는 지난해 7월 17일 오전 5시 54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인 가해자 C(31·남)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이 과정에서 범행을 말리던 B씨의 어머니도 C씨가 양손을 다쳤다. C씨는 미리 흉기를 준비한 뒤 B씨 집에 찾아가 주변에서 기다렸고, 마침 출근하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C씨는 인천지법으로부터 B씨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B씨는 C씨가 이별 통보 이후에도 계속 주변을 맴돌며 연락하자, 지난 6월 2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C씨는 스토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지난해 6월 9일 다시 B씨 집 주변을 배회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조사받고 4시간 만에 석방됐다.

검찰은 당초 살인 등 혐의로 기소했다가, 지난해 12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추가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살인죄 법정형의 하한선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지만, 특가법상 보복살인이 적용되면 최소 징역 10년이 선고된다. 범행 장면을 목격한 6살 딸은 정신적 충격으로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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